미,반전분위기 번질까 걱정/조종사 포로 TV방영 충격 미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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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후세인 제거 전쟁목표 추가/체포해 재판회부등을 검토/“단기땐 오히려 국민단결심 강화”
걸프전쟁이 드디어 미국시민 거실에까지 충격으로 뛰어들었다. 이라크가 다국적군 조종사포로들을 텔리비전에 방송,그 처참한 포로들의 몰골과 강요된 것이 분명한 발언내용이 시민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제네바협정을 위반한 야만적 행위』라며 분노를 표시했으며 미 의원들도 『사담 후세인이 이를 통해 미국의 전쟁결의를 약화시킬 속셈이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부시의 정책에 대한 지지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가 포로들의 모습을 방송한 것이 미 여론형성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칠지 측량하기는 아직 이를지 모른다. 그러나 미 정부 일각에서는 이것이 혹시 반전의 분위기를 가속화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기색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미국 대응은 초강경이다.
미 관리들은 사담 후세인이 이런 식으로 나올 경우 그를 제거하는 것을 전쟁 목표의 하나로 추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거나 실각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러나 포로모습이 방송되고 이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겠다는 발표가 있자 이는 사담 후세인의 분명한 전쟁범죄라며 범죄자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함을 거론하고 있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그를 체포해 재판에 회부하는 문제도 한 선택으로 고려중』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물론 이는 사담 후세인 개인을 위협함으로써 그의 행동을 저지해 보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포로 모습의 방송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미 국민의 결속을 강화시키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미 국민들에게 전쟁에 대한 염증을 느끼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카터 대통령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던 포웰은 『사담 후세인이 미 국민의 전쟁의지를 약화시키자는 의도이겠지만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이는 사담 후세인의 서구사회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카터 대통령시절 이란의 호메이니가 미국인 인질을 비슷하게 이용했던 예를 들어 『그때 미국국민은 이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이란에 대한 적대감만 더 두터워졌다』고 회고하고 있다.
쿠바위기시절 CIA 부국장을 지낸 케이 크라인씨는 이라크의 포로방송은 미 국민을 겨냥했다기 보다는 자국 국민과 이라크 동조세력을 고무키 위한 선전수단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포웰은 이러한 방송이 장기적으로 미 국민에게 전쟁의 염증을 심어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포로들에 대한 잔혹한 장면들은 미 국민들에게 전쟁이 단지 비디오게임이 아니라 수많은 희생이 따르는 것임을 확인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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