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공격에도 끄떡없다/후세인 지하벙커 어떻게 지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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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명이 1년 이상 버텨/1억불에 독일사 시공
다국적군의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건재를 과시하는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과 역시 폭격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이라크 공군기들은 서방국가 기술로 건설된 「은신처」에 안전하게 숨어있을 것이라는 보도들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후세인은 3백도의 고열과 핵폭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지하벙커에서 호화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20일 독일의 정평있는 시사주간 빌트 암 존타크지가 보도했다.
빌트지 보도에 따르면 후세인 대통령의 벙커는 독일 뮌헨에 있는 한 회사가 약 1억달러의 공사비를 받고 1년 이상의 기간을 거쳐 특별히 설계해 시공했다는 것이다.
총면적이 1천8백평방m(약 5백45평)인 이 벙커는 지하 18m 깊이에 벽과 천장·바닥이 모두 2m 두께의 특수 콘크리트로 시공됐으며,독일제 엘리베이터로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출입문은 30㎝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됐다.
또한 특별히 고안된 여과기를 통해 공급되는 신선한 공기와 특수 화학약품으로 처리된 생활용수는 생화학무기의 위협을 막아주고 있다.
빌트지는 바그다드시내 대통령궁 지하의 이 벙커안에는 특히 25명이 1년 이상 아무 걱정없이 생활할 정도로 풍부한 음식물과 의약품이 비축돼 있으며,군 지휘관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회의실과 양탄자가 깔린 회교식 거실도 마련돼 있고 욕실에는 호화판 욕조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후세인이 그의 가족들을 스위스로 보냈다고 전했다.
후세인의 부인 사지다와 다른 가족들을 21일 휴양지인 그스타드에서 보았다고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이라크 망명자의 말을 인용,이같이 밝힌 이 신문은 이라크의 유엔 사절단이 그스타드에 「장기체류」를 위한 집 한채를 빌리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BBC­TV는 이라크 공군기들이 영국 회사가 설계한 대피소에 숨어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라크에는 모두 8군데의 특별첨단공군기지가 있으며,이 기지의 격납고는 특수 설계돼 있어 보통의 공격으로는 파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의 한 분석가는 이라크에 이같은 공군기지가 존재하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정확하게 가격하는 공중공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특별공군기지중 규모가 큰 것은 조그마한 시골마을만 하며 여기에는 최고 3백개소의 비행기 대피소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피소들은 영국인 기술자가 특별고안한 1.2m 두께의 천장과 75㎝의 나무,1m 두께의 강화된 철강으로 만든 출입문,네이팜탄 등의 폭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지하수로와 폭격방지용 모래벽까지 설치돼 있다.
각 기지에는 5개 이상의 활주로가 설치돼 있으며 이들은 잘 위장되어 있어 폭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BBC는 이라크는 이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억파운드를 투입했으며 영국 기술진이 유고슬라비아와 벨기에 회사와의 국제계약을 통해 이라크 공군의 까다로운 감리를 받아가며 건설했다고 밝혔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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