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위가 높을수록 IQ보다 SQ 좋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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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능(IQ)이 높은 한국인도 사회지능(SQ)을 개발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고 맙니다"
11년전 감성지능(EQ) 선풍을 일으켰던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사진). 그가 이번엔 '사회지능(SQ;Social Intelligence Quotient)'이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최신작 'SQ 사회지능'의 국내 출간을 계기로 골먼을 2일 미국 뉴욕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빨간 스웨터에 덥수룩한 수염이 썩 잘 어울리는 그는 부드럽고 친절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SQ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는 단호하고 열성적으로 이론을 폈다.

그는 무엇보다 삶, 특히 인간 관계에서 SQ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함을 강조했다. 그는 "높은 지위에 올라갈수록 IQ보다 SQ가 중요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일정 수준까지 도달한 간부들의 경우 지적 능력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리더로서 부하들의 감정을 읽고 호흡할 줄 아는 사회지능이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골먼은 때문에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반드시 SQ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SQ 교육이 다른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연구 결과 SQ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18% 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중고교에선 SQ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인적자본 외엔 별다른 자원이 없기에 국민 개인들의 잠재력 향상을 최우선시 한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SQ란 무엇인가.

"SQ는 EQ 중 개인간의 관계와 관련된 부분이다. EQ는 더 큰 개념이고, 이중 타인들과 어떻게 조화롭고 효과적으로 지낼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하는게 SQ인 셈이다. 따라서 SQ는 타인과의 동화(同和)와 사회적 기술에 중점을 둔다."

-SQ 연구가 각광 받게된 배경은

"최근 수년간 인간의 뇌 속에 본능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통제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뇌에는 이성적 사고를 통제하는 '하이 로드 (High Road)'와 감성적 영역에 작용하는 '로우 로드(Low Road)'가 존재하며 이들이 상황에 따라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두 영역은 어떻게 다른가.

"로우 로드는 무의식적으로 즉각 반응하는 반면 하이 로드는 속도는 느리나 본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로우 로드는 너무 빨리 반응, 본인 의지와는 관련없이 움직인다. 때문이 운동이나 인간의 사귐에 있어서는 감성적인 로우 로드 분야가 중요하다."

-SQ는 주로 언제 발달하나.

"유아기때부터 개발되는 IQ보다 SQ는 훨씬 더 늦게 발달한다. 청소년기에 최고로 개발된다."

-성인이 된 후에도 SQ가 개발되나.

"어른이 되면 더 어려운게 사실이다. 예컨대 한국 가족이 호주에 이주했다하자. 아이들은 그 문화에 쉽게 동화되지만 어른들은 힘들다. 그게 SQ 차이다. 때문에 어른들은 호주인처럼 더욱 명랑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처음엔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할수록 뇌 속에 이런 행동이 메모리돼 나중엔 자연스럽게 굳어진다."

-가정.회사 등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방과의 의사 소통 및 감정 동화가 가능하다."

-한국인들은 감정을 절제하도록 교육 받았는데.

"동양인들은 전체 조직의 화합에 방해가 되는 감정 표현은 삼가하도록 교육받았다. 그래서 감정 표현을 참는다. 그러나 감정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노골적이지 않고 미세한 상대방의 감정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들은 서양인들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더 민감하게 느낄수 있다는 뜻이다."

대니얼 골먼="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는 IQ보다 EQ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던 미국의 심리학자. 54년생으로 미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타임스에서 10여년간 과학전문기자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심리학 분야에서 이뤄진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감성의 중요성을 파헤친 '감성 지능'을 썼다. 이 책이 500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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