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소품·의상 제작은 아마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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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외국 연극인이 국내체류기간 중 한국연극계에서 보고 느꼈던 점을 정리한「한국연극계에 보내는 사랑의 공개서한」을 보내와 연극계에 잔잔한 파문.
지난해 실험극장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 초청된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수석 디자이너 압둘카더 화라씨가 당시 같이 작업 한국 내 무대미술가에게 최근한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내용을 연극전문지 월간『한국연극』이 신년호에 공개.
○…화라씨는 편지에서『서울올림픽개막식은 나를 포함한 전 세계인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었다. 개막식은LA올림픽개막식을 상투적이고 형편없는 것으로 느끼게 할 만큼 탁월하고 생동감 넘치는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며 『이것이 초청에 응하게된 주된 원인』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막상 한국의 연극실무자들과 의견교환을 통해 느낀 것은 『37년간세계각지에서의 작업경험과 비교해 한국의 무대제작팀, 특히 의상과 소품제작진들은 거의 아마추어적인 정도로 미숙했다는 점』이라고 지적. 그는 또 숙련된 제작팀에 의해 2∼3개월이 소요되는 일을 10∼15일 안에 처리해야했던 여건 등 제작과정전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조속한 시일 내에 고려되거나 재고돼야 할 일』이라고 강조.
○…화라씨의 편지가 연극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연습도중 일방적으로 돌아가 버리거나 아예 초청을 거절하는 일부 외국연극인들의 콧대높은(?)태도와는 달리 상당한 애정이 담겨있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 그는 『이 짧은 편지는 같이 일했던 한국동료들에게 어떤 불성실함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전문적인 완벽함 등을 갖추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나의 걱정과 관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며, 한국을 향한 나의 연민과 한국연극을 돕고 싶어하는 나의 소망의 증거』라고 심정을 토로.
○…『한국연극』측은 『외국인의 주관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불만을 넘어 우리연극계의 공통문제를 거론한 글』이라며 전재이유를 밝혔으며 대부분 연극인들도 『기분은 좋지 않지만 새겨 들을만한 내용』이라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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