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금센터 원장 "자녀 교육에만 매달리단 노후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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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모가 자녀를 교육시키고, 자녀는 부모를 봉양하는 한국의 '끈끈한' 가족 구조는 시간이 갈수록 변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의 중년층은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

베르너 누스바움(사진) 스위스 연금교육센터 원장은 자녀 교육에 매달리느라 노후 준비에 소홀한 한국의 중년층에 대해 걱정부터 쏟아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실태를 비교적 소상히 꿰뚫고 있는 그는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연금 시스템도 '단층형'에서 '다층형'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스바움 원장이 제시한 '다층(Multi-pillar)'구조란 특별한 층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단층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다양한 연금 시스템이 통합된 것을 뜻한다. 정부 지원의 공적 연금과 개인 스스로 준비한 노후 대비가 어우러져야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0층은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기초적인 공적 제도다. 1층은 고용주와 종업원, 정부 예산으로 재원을 조달해 운영되는 기본적인 공적연금(국민연금) 제도를, 2층은 기업연금(종업원의 퇴직 후 생활 안정을 위해 기업이 지급하는 퇴직연금제)을 뜻한다. 또 3층은 주로 자영업자를 위한 개인연금을, 4층은 퇴직자들 간 상호 부조를 가리킨다.

준비된 노후를 위해서는 0층(기초적 공적 제도)이라는 토대 위에 1층(국민연금), 2층(기업연금), 3층(개인연금), 4층(상호 부조)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주택처럼 통합적인 연금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누스바움 원장은 "한국의 경우 1963년 이후 지속적으로 공공 부문의 연금 보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보장에 있어서의 상호 연계만 이뤄지고 있지 연금기관 또는 연금시스템 간의 상호 연계와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령인구 증가, 재정 확보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연금 간 연계와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금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스바움 원장은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개인연금 등에 가입할 때는 세금 혜택을 충분히 줘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노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창규.최준호.고란(이상 경제부문).김영훈(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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