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러시아로 수사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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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말 영국 런던에서 암살당한 전직 러시아 정보기관 장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사망 직전 자신의 아버지에게 "러시아 정보기관이 방사성 물질로 나를 해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와 그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장교 출신으로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에 중독돼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리트비넨코의 부친 발테르 리트비넨코는 4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죽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허가를 받은 러시아 보안 당국이 개입됐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이 내 손을 잡고 죽어가면서 몇 시간 동안 나눈 대화에서 그런 말을 했다"며 "정신과 의사인 내가 아는 한 인간은 그런 마지막 순간엔 누구나 진실만을 얘기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리트비넨코의 부친은 "아들은 FSB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심각한 위협을 느껴왔다"고 덧붙였다.

영국 신문 옵서버는 3일 리트비넨코가 러시아 유력 인사들의 행적과 관련한 비밀 서류를 미끼로 돈을 벌려다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올해 리트비넨코와 여러 차례 만났고 그로부터 100여 통의 e-메일을 받았다는 러시아 여성의 말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존 리드 영국 내무장관은 3일 "리트비넨코 사건 수사가 영국을 벗어나 국외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은 런던 경시청 소속 수사관 9명이 리트비넨코 사건 수사를 위해 4일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수사관들이 리트비넨코가 폴로늄에 중독된 지난달 1일 그와 접촉했던 러시아인들을 직접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경찰은 최근 며칠 동안 워싱턴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트비넨코의 친구이자 KGB 요원 출신인 유리 슈베츠를 조사했다고 옵서버가 보도했다.

슈베츠는 "리트비넨코 암살 배후와 살해 이유를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보를 영.미 수사 당국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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