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 끄는 배… 화물선에 초대형 연 매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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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벨루가 해운’은 내년 초부터 연료 절감을 위해 초대형 연을 매단 선박을 운항한다. 사진은 연을 매단 화물선이 9월 발트해를 시험 항해하는 모습. [발트해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의 한 해운회사가 160㎡ 크기의 초대형 연을 화물선에 달아 배의 추진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연료비 절감에 나선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브레멘 소재 벨루가 해운은 내년 초부터 '스카이 세일'이란 이름의 연을 장착한 배를 운항할 계획이다. 패러글라이더 형태로 제작된 이 연은 100~300m 상공의 강한 바닷바람을 추진력으로 이용하게 된다. 배 위에 장착한 조종장치를 통해 각종 조절이 가능하지만 맞바람이 불 때는 사용할 수 없다. 또 16노트 이상으로 운항하는 배에는 장착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 측은 이 장치를 통해 연료비를 15~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카이 세일을 개발해 이 회사에 납품한 슈테판 브라게(34)는 "평소 연날리기를 좋아했고, 바람의 엄청난 힘을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벨루가 해운의 도움을 얻어 4년 동안 실험을 거듭한 끝에 장치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초대형 연의 가격은 50만~250만 유로(약 6억2000만~31억원)다. 브라게는 2015년까지 1500척의 배에 이 장치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벨루가 해운의 최고경영자인 닐스 슈톨베르크는 "연료비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이를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연료비 절감을 위한 신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스카이 세일을 장착한 배가 하루 7500달러의 연료비 중 1500달러 정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베레나 프랑크 기획부장은 "장비를 오래 사용하면 결국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며 "환경친화적이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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