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돌엔 생명과 혼 있는 것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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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0여년 동안 틈틈이 전국각처의 괴석을 수집해 자신의 집 뜰과 텃밭에 수려한 자연경관을 꾸며놓고 이를 대상으로 시심을 키워오는 농민이 있다.
강원도 원주군 부논면 단강리에서 1천6백평의 논농사와 3천 평의 밭농사를 혼자 힘으로 짓고있는 정규한씨(69).
평생 고향을 지키며 살아오고 있는 그는 38년 전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실의에 빠졌을 때 문득 남한강변의 기암괴석을 보는 순간「돌만은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어 돌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집 뜨락과 텃밭에는 8t으로 20여 대 분에 해당하는 2만여 개의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하나의 대형작품을 이루며 작은 공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모든 돌에는 생명과 혼이 깃 들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며칠만이라도 새로운 돌을 찾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편치 않아 자신도 모르게 개울가 20∼30리 길을 헤매게 된다고.
돌 수집과 함께 시작에도 몰두하고 있는 그는 자연과 인생을 읊은 수백 여편의 한시와 장시를 써놓고 있다.
「돌을 모아 산을 만드는 것은/천봉 만학의 기암괴석을 바라보며/층암 절벽의 만물상을 뜻하는 것이니/속세를 잊고 산천경개를 유람하며/명승고적을 돌아보고 강산풍월을 즐기며. 여행을 하는 기분에 젖노라.」
뒤뜰에 있는「7백년 묵은 향나무」, 조선인조 9년에 지은「자기집」, 수장하고있는「법천사 석불」「수석과 자신의 감상문」이 4대 가보라는 그는 앞으로 수석공원을 꾸며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꿈이라고.<글 배유현 기자 사진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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