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따위 당론, 따를 수 없다”…마지막까지 나홀로 길 걷는 김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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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비주류의 길을 걷기로 했다.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에 대한 ‘부결 당론’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그따위 당론, 따를 수 없다”며 “섭리가 우리를 이끌 것이라 믿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당론이란 것은 힘없고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당의 운명을 걸고 세워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힘이 돼야지 국민에게 힘자랑해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같은 날 추경호 원내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 “부결을 당론으로 하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다”고 설명한 것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강행될 때에도 국민의힘 의원 중에선 유일하게 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검사 출신으로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이기도 한 김 의원은 2020년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됐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 뒤에도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등 각종 현안에서 여권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초선 의원 중심으로 나경원 당선인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이 돌았을 때 동참하지 않기도 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추가상정 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웅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있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추가상정 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웅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5일 비상의원총회에서도 김 의원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자는 의견에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를 추대해선 4·10 총선에 이길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의총 분위기가 한 장관 추대론으로 쏠려가자 김 의원은 한 장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빗대 “김주애를 올리려는 것이냐”라고도 했다. 이후 친윤계 일각에선 “싸가지 없다”(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는 등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김 의원은 김기현·한동훈 지도부 공히 정치개혁 일환으로 띄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도 거부했다. 특히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 당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한 분들만 공천하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헌법상 권리를 그리 쉽게 바꿔선 안 된다”며 반발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8일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도 “공천권 때문에 헌법상 제도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불출마는 공천권을 갖고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해 개입하는 것에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 임기가 종료되면 여의도를 떠나게 되는 김 의원은 향후 지인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 의원은 불출마 회견에서 자신이 정계를 은퇴하는 것은 아니라며 “정치적 고향을 바꿀 일은 없다”며 탈당 가능성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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