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른 윤 대통령, 기자들과 김치찌개 만찬…"조언·비판 많이 듣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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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호 03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직접 끓인 김치찌개를 배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치찌개 외에 직접 고기를 굽고 계란말이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직접 끓인 김치찌개를 배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치찌개 외에 직접 고기를 굽고 계란말이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출입기자단과 김치찌개 만찬을 했다. 2년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 앞 천막 기자실을 찾아 “청사를 마련하면 저녁에 김치찌개를 끓여 같이 먹읍시다”라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만찬 행사 모두발언에서 “제가 취임하면서부터 여러분에게 TV 예능 프로그램 때 선보인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못 했었다”며 “양이 많아 제가 직접 (요리는) 못했고, 운영관에게 레시피를 적어주며 하라고 했으니 음식을 맛있게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 만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이상 참모 전원과 출입기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노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뒤 흰색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 장소로 이동해 대형 솥에 담긴 김치찌개를 국자로 퍼서 기자들에게 직접 나눠줬다. 잔디마당에 배치된 20여 개의 테이블엔 ‘윤석열 대통령의 김치찌개 레시피’ 설명서가 놓여 있었다. 설명서엔 숙성된 김치를 사용하고(1단계), 삼겹살은 국간장과 다진 마늘 후추 등으로 재워 두고(3단계), 부족한 간은 국간장, 소금으로 맞춘다(8단계) 등의 조리법이 적혀 있었다.

윤 대통령은 김치찌개는 직접 만들지 않았지만 계란말이는 즉석에서 요리했다. 솥 옆에 놓여 있던 버너 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과 야채를 넣어 두툼한 계란말이를 만든 뒤 칼로 썰어 기자들에게 맛보게 했다. 정 비서실장과 함께 그릴에서 한우와 돼지갈비, 오겹살, 닭꼬치, 소시지 등도 구웠다. 뷔페식으로 구성된 만찬에는 돌산 갓김치와 남도 배추김치, 문경 오미자 화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도 함께 올랐다.

윤 대통령은 헤드테이블에서 식사하며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의료·저출생이 5대 핵심 과제”라며 “저출생은 혁명적인 수준으로 개선해야 하는 상황으로 모든 과제가 다 연결돼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진단하며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도어스테핑이 아쉽게 마무리됐는데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워낙 언론과 자주 소통하는 분위기 속에서 평생 공직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언론을 배척하거나 불편해한 적은 없다. 앞으로 기자들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 후 모든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도 찍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재차 소통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언론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론이 없으면 그 자리에 갈 수 없다”며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고 공격도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언론 때문에 저와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과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조언과 비판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도록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지난 4·10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이 “저부터 바뀌겠다”며 소통 강화를 공언한 이후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가능하면 분기마다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과 국민에게 국정 현안을 직접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 김건희 여사는 함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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