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득대체율 44~45% 타협 가능" 여당 "정략적 꼼수"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91호 03면

여야 연금개혁 연일 공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정부와 여당에 대해 연금개혁안의 21대 국회 내 처리를 재차 압박했다. 특히 이 대표는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액 비율) 44%와 45% 사이에서 얼마든지 열려 있는 자세로 타협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서는 현행 40%를 43%까지 높이자는 국민의힘과 45%까지 높이자는 민주당이 이견을 빚어 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일 국민의힘 몫 연금특위 간사인 유경준 의원이 소득대체율 44%를 타협안으로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논의가 계속 공전돼 오던 상황이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포인트 차이, 또는 그 이하의 차이를 두고 중대한 문제를 계속 방치하거나 22대 국회로 넘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45%와 44% 사이에서 어떤 결단을 할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열려 있다. 타협할 의사가 명확하게 있다”고 강조하며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전날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라며 45%안 수용을 압박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날인 오는 28일 채 상병 특검법안 재표결을 강행하기에 앞서 연금개혁이란 국가적 현안 논의를 주도해 야당의 리더, 그 이상의 위상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한 측근도 “정치 이슈인 채 상병 특검법뿐 아니라 민생 전선을 쌍끌이로 가져가려는 전략”이라며 “이 대표의 순발력이 발휘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금개혁을 매듭지을 협의체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도 거듭 제안했다. 이 대표는 “1%포인트 범위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모두 만나든, 아니면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든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 타결지어야 한다”며 “1%포인트 차이를 핑계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말로만 생색을 내고 실제로는 연금개혁을 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전격적인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대통령실은 난색을 표했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3자회담 제안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위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홍 수석은 ‘국회에서 먼저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에 대통령이 여야와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회담을 제안했는데 무척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회담 거절은)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국회가 먼저 합의해서 안을 도출해 주면 정부도 종합적 검토를 해야 하니 순서를 지켜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이 대표의 제안이 “정략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협의도 안 된 사안을 가지고 국민을 위하는 척, 개혁하는 척하는 위선을 멈춰 달라”고 지적했다. 특히 추 원내대표는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야당이 재표결을 강행할 방침인 채 상병 특검법을 들며 “(야당이) 일방적인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한다. 참 나쁜 정치이자 꼼수정치”라고 비난했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런 다양한 안이 있었다면 진작 여야 간에 논의하고 의원들에게도 보고해야 했는데 21대 국회가 며칠 남았느냐”며 “국민의힘은 22대 국회가 곧 시작하는 만큼 연금개혁안을 우선 추진해야 할 핵심 법안으로 삼고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준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철면피 같은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통합 등 구조개혁에 대한 추가 논의 시간은 다 소비한 채 연금개혁을 마치 문재인 정부 때 실패한 모수개혁이 전부인 양 1, 2% 차이 운운하는 것은 민주당 대표의 연금개혁에 대한 무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연금 제도의 틀은 그대로 두면서 세부 방안만 조정하는 건 “정략적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이다.

다만 여권 내에선 불안감도 감지된다. 당장 연금개혁을 놓고 전문가들이 “최소한의 타협안이라도 만들라”며 협상 타결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데다 무산될 경우 비판 여론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관계자는 “소득대체율 1~2% 차이가 누적 적자액으로 따지면 150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걸 무슨 과자 사 먹듯 하는 건 정말 공세”라면서도 “민주당이 큰 틀에서 우리를 흔드니 우리가 좀 수세가 되지 않았나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안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내용”이라면서도 “하지만 일에는 경중과 선후가 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안을 즉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