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我欲仁, 斯仁至矣(아욕인, 사인지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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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영화 ‘파묘’에는 관 뚜껑이 열리자, 악귀가 금세 미국으로 날아가 자손을 죽이려 하는 장면이 있다. 이처럼 악귀든 성령이든 귀신은 시공을 초월하여 이동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제사를 미국에서 지낸들 부모님이 어떻게 미국까지 오시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신은 내가 생각하는 그 순간에 이미 내 곁에 와 있다고 한다. 내가 기도하고 발원하는 순간, 예수님도 부처님도 이미 내 곁에 와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정신도 내가 그이를 생각하는 순간, 내 곁에 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주님,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고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해야 하는 이유이다.

我: 나 아, 欲: 하고자 할 욕, 斯: 이(곧) 사, 至: 이를 지. 내가 인(仁)을 행하고자 하면 인은 이미 내게 와있다. 26x61㎝.

我: 나 아, 欲: 하고자 할 욕, 斯: 이(곧) 사, 至: 이를 지. 내가 인(仁)을 행하고자 하면 인은 이미 내게 와있다. 26x61㎝.

간절히 원하는 것은 모든 게 다 기도이다. ‘인(仁 : 어짊)’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그 간절함 자체가 이미 기도이며 모든 기도는 이루어진다. 그래서 공자도 “인이 멀리 있단 말인가? (아니다) 내가 인을 행하고자 하면 인은 곧 내 곁에 와있다”고 했다.

뭐든 밝혀내는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사람들은 행복의 실체도 과학으로 밝혀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할는지 모르나 행복은 과학으로 증명하는 게 아니라, 간절히 구하는 ‘마음’에 있는 게 아닐까? 어짊, 사랑, 자비가 항상 내 곁에 머물도록 늘 기도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