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틱톡 다음은? 美제재에 떨고있는 세계1위 드론 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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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FPV 드론. DJI 공식 홈페이지

DJI FPV 드론. DJI 공식 홈페이지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70%... 美, DJI에 본격적으로 제동 걸었다"

2006년 중국 선전시에서 왕타오(王滔)가 설립한 드론 제조업체 DJI(다쟝, 大疆)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민간용 드론 시장을 선도하며 세계 드론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중간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DJI가 미국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렸다.

지난 4월 26일, 미국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는 '중국 드론 대응법(Countering CCP Drones Act)'을 상정했다. 이 법안은 DJI 드론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초래하고, 중국 당국이 미국 사용자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상정된 법안은 두 달 내 하원 표결을 거쳐 승인 절차로 이어지며, 추후 통과될 경우 법안은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공식적으로 공포된다. 이 법안이 가결되면 DJI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통신 인프라 차단 목록에 추가되어 미국 내에서 원활한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DJI가 미국 내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美, "DJI 中 공산당에 미국의 핵심 기반 시설 데이터 제공"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질의하는 엘리스 스테파닉(Elise Stefanik) 하원 의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질의하는 엘리스 스테파닉(Elise Stefanik) 하원 의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DJI를 상대로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9년 미국은 중국산 드론과 부품의 군용 구매를 금지했고, 2020년에는 DJI가 미국 회사의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상무부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2021년엔 중국 신장 위구르족 감시와 인권침해 혐의로 DJI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미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상정한 가장 큰 이유는 국가 보안 위협에 있다. 공화당 서열 3위인 엘리스 스테파닉(Elise Stefanik) 하원 의원은 “DJI는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며, 중국 공산당에 미국의 핵심 기반 시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DJI가 중국 공산당에 미국의 핵심 기반 시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DJI는 과거에도 보안 취약점으로 인해 논란이 제기됐었다. 2020년 프랑스 보안 업체 시낙티브(Synacktiv)와 미국의 보안 업체 그림(GRIMM)의 연구원들은 "DJI의 애플리케이션이 구글의 검토 없이 업데이트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DJI 공식 애플리케이션이 꺼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격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무인기 활동 정보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휴대전화 데이터까지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DJI는 “애플리케이션 강제 업데이트는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라면서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사용자들이 크랙 버전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드론의 고도제한과 비행 위치를 우회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DJI 드론

우크라이나 병사가 DJI 매빅을 들고 있는 모습. BBC

우크라이나 병사가 DJI 매빅을 들고 있는 모습. BBC

DJI 드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됐다는 점도 법안 상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에 1200만 달러(약 156억 원, 2023년 3월 기준) 상당의 무인기와 부품을 수출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DJI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러시아 금수 조치 위반에 해당되며, 미국에선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었다.

현재 DJI는 공식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모든 사업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DJI 드론은 소비자용 비군사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손쉽게 국경 통과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장에선 여전히 자폭 공격, 정찰 등 군사적인 목적에 DJI 드론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DJI는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릿츠(OpenSecrets)’에 따르면, DJI는 2023년 로비 활동에 160만 달러(약 21억 원)를 지출했으며, 미 상원에 공개한 DJI 로비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최소 31만 달러(약 4억 2000만 원)를 로비 활동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DJI 결국 틱톡과 같은 처지 되나?

로이터(Reuters)

로이터(Reuters)

DJI가 미국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은 지난해 틱톡(TikTok)이 겪었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 지난달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틱톡의 미국 사업을 360일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인 스마트폰에 이미 설치된 앱은 당분간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 보안 패치 등의 업데이트는 할 수 없게 된다.

틱톡은 1억 700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가 사용하는 미국 1위 소셜미디어 앱이지만, 미국 정부는 틱톡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바이트댄스는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며, 중국 역시 미국의 소셜미디어 앱(왓츠앱과 스레드)을 자국 내에서 삭제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을 열고 “틱톡은 미국 법에 따라 완전히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미국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가의 힘으로 틱톡을 억압하려 하고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고 자유 시장 경제를 자처하는 나라가 특정 기업을 억압하기 위해 국가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라면서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틱톡 강제 매각 법안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혀왔던 만큼 ‘중국 드론 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미중간의 갈등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한국 드론 산업 이대로 괜찮나?

한편 국내에서는 여전히 중국산 드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인기시스템협회 구훤준 협회장, 이기성 전임회장, 정진호 감사는 차이나랩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경우 국산 드론의 높은 가격 때문에 대부분 중국산 드론을 선택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은 정부의 국산 드론 운영 지침에 따라 국산 제품을 선호하지만, 국내 기술 개발 투자가 해외보다 미흡해 활용성은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방용 드론은 보안 문제로 국산화를 많이 진행한 상황이나, 여전히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어 부품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협회는 중국산 드론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첫째, 중국산 드론은 운영 정보의 모니터링이 가능해 안보에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된다. 초기에는 가격이 저렴해 선호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과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둘째, 중국산 드론 부품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의 무역 분쟁 시 드론 산업과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방용 드론 부품의 경우, 중국산 의존이 심화하면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협회는 강조했다. 또한 미래의 자율 AI 드론이 소프트웨어 중심 드론(Software Defined Drone)으로 발전해 부품이 간소화되면 기술 격차가 더욱 심해질 수 있어 핵심 기술 확보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내 드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협회는 기업에 충분한 기술 개발 투자와 시장 창출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많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했지만, 투자액이 소액에 그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시장 지배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연구·개발 지원은 소재 기반보다 부품 조립 수준에 그쳐 중국산 부품 조립 의존이 반복되고 있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또 협회는 정부와 기관들이 필요한 기술 개발보다는 규제 마련이나 드론 자격증 산업, 드론 축구와 같은 주된 기술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 관심을 쏟았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문제의 핵심이 중국산 드론 부품의 배제가 아니라, 중국산보다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 국내 현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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