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해진 섬, 물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사진으로 말한 기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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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이 일어나 피폐해진 고라마라섬. [사진 갤러리 신당]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이 일어나 피폐해진 고라마라섬. [사진 갤러리 신당]

해수면 상승으로 절반 넘게 물에 잠긴 인도 고라마라섬. 깡마른 소년이 황폐한 해안가에 앉아있다. 깎여나간 땅에는 한때 푸르렀을 풀과 나무가 흉측한 모습으로 남겨졌다. 고라마라섬에서 찍은 사진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는 이대성의 작품이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인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두 번(2013, 2015년) 수상한 한국 포토그래퍼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이 지난달 18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기후 변화 사진전 ‘컨페션 투 디 어스’에서는 이대성 외에도 마이클 잭슨 뮤직비디오를 만든 닉 브랜트, 해양 플라스틱 사진으로 유명한 맨디 바커, 항공 사진의 대가 톰 헤겐 등 유명 사진작가 5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갤러리 개관과 사진전을 총괄한 조세현 중구문화재단(충무아트센터) 사장을 이달 초 만났다. 사진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냈던 유명 포토그래퍼였던 그가 2022년 말 사장에 취임한 뒤 선택한 사진전 첫 테마가 기후 위기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세현

조세현

개관전 테마를 기후 위기로 정한 이유는.
“시의적절한 테마가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환경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환경 오염 얘기를 백 번 듣는 것보다 사진 한장을 보고 느끼는 충격이 더 크지 않나. 특히 인물이 포함된 환경 사진은 스토리가 풍부하다.”
어떤 작품은 회화에 가깝게 보인다.
“사진 ‘기자’가 아니라 사진 ‘작가’이기 때문에 예술적인 연출도 한다. 맨디 바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소재로 사진을 찍는다. 그의 작품 ‘패널티’는 오염이 심한 해변에서 주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찍은 사진인데 알록달록한 오브제를 늘어뜨린 설치 미술처럼 보인다. 쓰레기로 만든 아름다운 사진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나. 이런 예술적 특성이 있어야 관객 시선을 붙들 수 있다.”
피지에서 수중 촬영된 ‘싱크라이즈’는 인간이 물속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표현했다. [사진 갤러리 신당]

피지에서 수중 촬영된 ‘싱크라이즈’는 인간이 물속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표현했다. [사진 갤러리 신당]

독특한 방식으로 촬영한 작품도 있다고.
“닉 브랜트의 ‘싱크라이즈’는 피지섬 주민들을 수중 촬영한 작품이다. 사진 속 주민들이 육지가 아닌 바닷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물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래를 상상해 사진으로 표현한 것인데,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보일 만큼 아름답다. 촬영을 위해 피지 주민들이 스쿠버 훈련을 받았다.”
갤러리 확장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기존 75평을 300평 규모로 확장했다. 전시실이 세 개 있는데 층고를 높여 대형 설치 미술품도 전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뮤지컬 위주인 사업 구조의 다각화인가.
“그렇다. 복합 문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방향은 순수 예술이 아니라 대중 예술이다. 갤러리가 300평이라 패션쇼도 가능하다.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대관해줄 것이다. 시내 한복판이니까 K팝 행사를 열기에도 좋다. 사진작가를 하면서 쌓은 연예계 인맥을 활용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
임기 절반이 지났는데, 후반기 계획은.
“대극장은 뮤지컬, 중극장은 연극 공연이 주로 올라가는데 소극장은 비교적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걸 영화관으로 바꿔 종합예술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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