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초격차 지킨 메모리 반도체도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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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 교체 배경엔 연말 정기인사까지 기다리기 힘들 만큼 엄혹한 시장 상황이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메모리 생산까지 포괄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반도체회사(IDM)로 성장했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 흐름이 빠르게 변하면서 현재의 복잡하고 무거운 사업 구조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주원

김주원

이번 인사는 삼성의 여러 반도체 사업이 각개격파당하며 수세에 몰리자, 쇄신의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핵심 칩을 개발하는 엔비디아·AMD·퀄컴·인텔 등이 새로운 설계를 시도하며 AI 시장 수요를 흡수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자체 설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는 현재 미국 애플·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에 밀려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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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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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칩셋 설계 분야에서 경쟁사로 꼽히던 퀄컴은 21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I PC용 프로세서 시장까지 진출하며 격차를 벌렸다. 삼성은 2019년 자체 CPU 개발팀을 해체해버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핵심 칩 설계 시장에서 삼성은 변방으로 밀려났다”고 평가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삼성전자가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던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에 성공했지만, 시장은 대만 TSMC가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이 지난 30년 동안 수율과 물량, 기술력에서 압도적 선두를 지킨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흔들린 게 이번 인사의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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