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최초 코스트코 생기는 익산…대전 ‘원정 쇼핑’ 해소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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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 최초로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설 예정인 전북 익산시 왕궁면 부지를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2026년 설 연휴 전에 문을 여는 게 목표다. [사진 익산시]

호남지역 최초로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설 예정인 전북 익산시 왕궁면 부지를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2026년 설 연휴 전에 문을 여는 게 목표다. [사진 익산시]

미국계 ‘유통 공룡’인 코스트코가 익산에 호남권 최초로 매장을 내기로 하면서 전북이 들썩이고 있다.

20일 익산시에 따르면 시와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8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코리아와 점포 개점을 위한 투자 협약(MOU)을 맺었다. 코스트코 익산점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익산 왕궁면 3만7000㎡ 부지에 800억원을 들여 조성된다.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이르면 2026년 설 연휴 전에 문을 여는 게 목표다.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설 왕궁면 일대는 백제왕궁박물관·왕궁리 5층석탑(국보 289호)이 있는 왕궁리 유적지를 비롯해 왕궁보석단지테마파크 등이 있다.

코스트코 유치까지 우여곡절도 겪었다. 왕궁 물류단지에 입점을 추진하던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해 1월 25일 사업 시행사인 ㈜익산왕궁물류단지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앞서 코스트코 측은 2021년 12월 300억원을 들여 왕궁 물류단지 내 5만㎡ 부지에 2023년까지 입점하기로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익산왕궁물류단지 측이 2022년 말까지 마치기로 한 행정 절차와 부지 조성이 지지부진하자 코스트코 측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며 계약을 접었다.

이후 완주군·임실군 등 도내 다른 지자체들이 코스트코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익산시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인근인 왕궁면 일대를 대체 부지로 제시했다. 호남고속도로 나들목과 인접해 전북뿐 아니라 광주·전남에서도 쉽게 올 수 있는 접근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익산시는 30억원가량 투자 보조금도 주기로 했다. 익산시의회는 지난해 7월 투자금이 300억원 이상이거나 50명 이상 상시 고용하는 물류 도소매업에도 투자금 5% 범위에서 최고 50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해 9월 ㈜코스트코코리아 조민수 대표를 만나 설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출장길에 오른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도 워싱턴주 코스트코 세계 본사를 방문해 익산 입점에 힘을 실었다.

호남지역 대형 쇼핑몰 조성은 지난 대선 때 ‘뜨거운 감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22년 2월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광주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왜 광주에만 (복합쇼핑몰이) 없나”라며 “이 유치를 누가 반대하나. 민주당이 반대해오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코스트코 매장은 1994년 서울 양평동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18개가 운영 중이다.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전북 등에서 코스트코를 이용하려면 대전·세종까지 이른바 ‘원정 쇼핑’을 가야했다. 전북에선 7~8년 전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를 개발하면서 코스트코 입점설이 돌았으나, 소상공인 피해 등을 우려한 전주시 반대로 백지화됐다.

익산시는 코스트코가 입점하면 정규직 일자리 200여개 창출, 인구·관광객 증가 등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정헌율 시장은 “코스트코가 들어서면 주민 편익은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지역민 우선 채용과 지역 우수 제품 입점 등을 담은 상생 협약을 코스트코 측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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