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장 경선 내홍…정청래 "당원 분노" 우원식 "당 갈라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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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정청래 수석최고위원과 정면충돌했다. 의장 경선 결과를 에둘러 비판한 정 최고위원에게 17일 우 의원이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다. 설전이 이어지면서 “내홍으로 비칠까 걱정된다”는 당내 우려도 흘러나왔다.

시작은 경선 직후인 16일 정 의원이 올린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라는 페이스북 글이었다. 당원들의 지지를 받은 추미애 당선인이 탈락하고, 우 의원이 선출된 것을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 의원은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며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 교체의 길로 가자”는 말도 덧붙였다.

우 의원은 그런 정 의원을 겨냥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에서 “당선인의 판단과 당원을 분리하고 갈라치기 하는 것”이라며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본인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당시 정부에 대립각을 세운 점을 강조하며 “저도 그렇게 대충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최고위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정 의원은 거듭 ‘당원 상처’를 언급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정 의원은 우 의원의 라디오방송 약 한 시간 뒤 열린 당 최고위 회의에서 “어제 경선 결과로 당원과 지지자가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상처받은 여러분께 미안하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우 의원의 지적을 반박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갈라치기라고 말하는 순간 갈라치기가 아닌 것도 그런 것처럼 비취질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며 “제 진정성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당심(당원 마음)과 의심(의원 마음)의 차이가 너무 멀었고, 실망하고 분노한 당원을 위로해 간극을 메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 노력을 제가 자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우 의원은 기자들에게 “최고위원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정 의원이 “당원에게 사과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당선인이 후보를 선출하고 이 대표도 그게 민심이라고 했는데 무슨 사과를 한다는 거냐”며 “그런 식의 표현은 국회의장 후보와 당심을 분리하려는 아주 잘못된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 친명 커뮤니티에서는 이날도 “우원식을 뽑은 의원들은 해명하라” “우 의원을 뽑은 이들을 색출해서 23대 총선에서 심판하자”는 주장이 쏟아졌다. 반면 정청래 의원이나, 앞서 추 당선인을 공개 지지했던 김민석 의원 등 친명계 인사들에 대해서는 “정청래, 김민석 외 후원금지” 등 옹호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편 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6월 중으로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대해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그걸 없애자는 건 아니다”면서도“국민에게 이로운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은 국민이 굉장히 궁금해하고 김건희 특검도 마찬가지”라며 “국민에게 해가 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고, 이렇게 자주 거부권을 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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