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슬기로운 청년들"…딸 주애 앞세워 'MZ 민심' 잡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두 달 만에 다시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평양의 북쪽에 새로운 거리를 조성하는 행사에 등장했는데, 11살 딸을 앞세운 김정은은 청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른바 'MZ세대' 민심 잡기에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수도 평양의 북쪽 관문에 현대적인 새 거리, 전위거리가 웅장하게 솟아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과 김주애.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수도 평양의 북쪽 관문에 현대적인 새 거리, 전위거리가 웅장하게 솟아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과 김주애. 노동신문. 뉴스1.

딸 데리고 나와 청년 띄우기

1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날 전위거리 준공식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전위거리는 지난해 2월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착공식에 참여한 '서포지구 새 거리'를 뜻하는 새 표현이다.

전위거리라는 이름은 북한의 체제 수호를 위해 선봉 역할을 하는 청년 집단인 '청년 전위'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다소 소외된 평양 서포지구를 재개발하는 건 신규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민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야간에 진행된 준공식에서 직접 붉은 테이프를 끊고 건설에 참여한 청년들을 만나 격려했다. 김정은은 "열혈의 청년대군이 있어 사회주의 강국 건설 위업의 승리는 확정적"이라며 "우리 청년들이 수도 건설에서 발휘한 청춘의 슬기와 용감성을 계속 높이 떨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북한 미래 세대의 아이콘'으로 밀고 있는 딸 김주애와 동행한 자리에서 청년의 역할을 유독 강조한 셈이다. 김정은은 최근 청년층의 충성심 약화와 민심 이반을 우려해 사상 통제와 기강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4일 야간에 진행된 전위거리 준공식. 노동신문. 뉴스1.

지난 14일 야간에 진행된 전위거리 준공식. 노동신문. 뉴스1.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 나타난 건 지난 3월 15일 김정은을 따라 항공 육전병 부대, 즉 공수 부대 훈련 지도에 이어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두 달 만이다. 당시 북한 매체는 김주애를 두고 '향도'(嚮導)라는 표현을 썼다. 향도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나 조선노동당을 수식할 때만 한정적으로 쓴다. 이에 김주애를 후계자로 부각한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자 북한 매체들은 향도란 표현을 일부 사후 삭제했다. 이번에도 향도라는 표현은 없었다.

이후 김주애는 지난달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고 두문불출하다 두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주애는 김정은과 걸으며 군중의 환호를 받았고 그의 옆자리에 앉아 준공식을 지켜보며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14일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과 김주애. 노동신문. 뉴스1.

14일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과 김주애. 노동신문. 뉴스1.

"전쟁 준비 획기적 변혁" 

한편 김정은은 같은 날 미사일 연합부대를 찾아 새 전술 미사일 무기 체계를 점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제2 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의 올해 상반년도 생산 실적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제2 경제위원회는 북한의 군수 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군수 제품의 계획·생산·분배·대외무역 등을 관장한다. 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산된 미사일 발사대는 조선인민군 서부작전집단의 화력습격연합부대에 배치된다.

김정은은 이날 미사일연합부대에 새로 배치할 전술 미사일 무기 체계를 점검하며 "2024년도 군수생산 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는 것으로써 군대의 전쟁 준비에서 획기적인 변혁을 안아올 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뒤 군사 관련 행보 때마다 '전쟁 준비'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14일 김정은이 미사일 연합부대를 현지 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지난 14일 김정은이 미사일 연합부대를 현지 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이달 들어 방사 포탄 시험 사격 참관(지난 10일), 제2 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 기업소 현지 지도(11~12일) 등 연일 군수 관련 행보를 하며 무기 개발을 직접 챙기고 있다. 대남 공격을 위한 미사일 포트폴리오 완성을 목표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방산 세일즈를 염두에 둔 거란 분석이다. '생산 실적' 언급도 러시아에 보낼 물량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한은 일관되게 전쟁 수행 능력을 제고하고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것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북한 무기의 대외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쇼케이스 성격으로, 향후 예상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무기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미사일 연합부대를 현지 지도하며 웃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미사일 연합부대를 현지 지도하며 웃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오는 16~17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향후 그의 방북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란 이야기는 이전부터 있었다"며 "방북 시 러·북 군사 협력 동향에 대해 어떻게 논의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