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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회견 그래도 솔직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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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9호 03면

‘소통의 물꼬를 텄다.’ ‘정책 기조의 변화를 기대하기엔 아쉽다.’ ‘앞으로 행보가 중요하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바라본 전문가 4인의 평가를 요약하면 이렇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회견 이후 631일 만에 마련된 자리에서 95분간 20여 개의 질문에 답했다. 중앙SUNDAY는 직후 윤종빈 명지대,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 이강윤·황태순 정치평론가에게 의견을 들었다.

이들 전문가는 오랜만이긴 하나 기자회견이 열렸고, 윤 대통령이 자주 언론 앞에 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데 대해 긍정 평가했다. 이재묵 교수는 “(윤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을 때 도어스테핑을 했던 것처럼 기자들과의 관계를 신경 쓰겠다는 듯 보였다”며 “미디어 친화적인 태도를 복원하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언론포비아를 벗어난 듯하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나 채수근 상병 특검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답한 것도 호의적이었다. 윤종빈 교수는 “김 여사 관련해서 ‘현명치 못했다’며 직접 사과한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놀랐다”며 “개인적으로 특검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해 윤 대통령의 입장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이강윤 평론가도 사과한 점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늦었지만 한 단계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설이 돌고 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이 “오해가 있었는데 풀렸다”, “(한 전 위원장이)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란 취지로 언급한 대목에 대해 윤종빈 교수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면돌파한 것”, 이재묵 교수는 “논란의 소지를 최소화해 답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언어를 습득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등 앞으로 정치 행보가 한결 편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낮은 자세’가 정책 기조의 변화까지 의미하진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강윤 평론가는 “정책 홍보가 부족했다는 말을 한 것을 보면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며 “대통령이 자기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황태순 평론가 또한 “우파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했다”고 잘라말했다. 윤종빈 교수는 “문제 파악은 했으나 남은 임기 동안 실현할지는 물음표”라고 했다.

특히 의료 개혁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의사 2000명 증원이 의료계와 대화를 한 결과이며 의료계가 통일된 입장을 갖지 못하는 게 대화의 걸림돌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황태순 평론가는 “상황 설명에만 그쳤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윤종빈 교수도 “유연하게 정치적으로 풀 부분도 있을 텐데 강성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을 공표해 아쉽다. 여지를 남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총선 민심에 반하는 것이라 공감하기 어려운 것”(윤종빈), “야당과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첩첩산중이 될 것”(이강윤)이란 지적이 나왔다.

야당과의 협치에 대해서도 구체적 방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묵 교수는 “야당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 것은 없다”며 “야당의 공격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종빈 교수는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으면 ‘야당 대표를 한 달에 두 번씩 만나겠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방법이 따라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견으로 지지율 반등이나 국면전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이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황태순 평론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며 “국면 전환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빈 교수는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솔직했다는 점에서 지지율이 마이너스 되지 않겠지만 플러스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재묵 교수는 “고집불통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을 모두 만나겠다고 했으니 실질적인 기조 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검 여부 등 지지부진한 싸움이 계속될 텐데 그 이후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강윤 평론가는 양극화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처한 어려움의 핵심은 거기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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