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을 겪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긴축 경영에 돌입한다. 글로벌 이동 통신 시장이 불황인 상황에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10일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부서장급 이상 임직원 대상 ‘경영 현황 설명회’를 열고 경비 절감 방안을 공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통신 시장 위축 속 사업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재도약 기반 구축을 목표로 설명회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인건비 절감에 나선다. 앞서 5세대(5G) 네트워크 사업 강화를 위해 다른 사업부에서 파견 온 인력을 원소속으로 복귀시킨다. 다음 주부터 대상자 면담을 통해 희망하는 직원들을 복귀 조치할 예정이다. 사업부 임원은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한다.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은 그대로 비즈니스석 이용이 가능하지만,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대다수 출장지의 비행 거리는 10시간 이내로 이코노미석만 허용된다. 출장 때 제공되던 숙소도 평사원과 동일한 등급을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네트워크사업부 임원은 37명이다.
삼성전자가 사업부 차원에서 임직원 설명회를 열어 경비 절감 방안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글로벌 통신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다. 글로벌 통신 장비 회사인 에릭슨, 노키아 등도 실적 악화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7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주요국 통신사들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마무리하면서 통신 장비 수요가 줄었는데, 6G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아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6G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사업이다. 지난 1월 이재용 회장이 새해 첫 행보로 반도체 현장이 아닌 6G 연구 조직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비용 절감 조치가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부로도 확대될지 주목된다. 사측은 당장 다른 사업부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실적 악화에 따라 임원 대상 혜택이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임원 승진을 최소화한 데 이어 부사장 지원 차량을 ‘제네시스 G90’에서 한 단계 낮은 ‘G80’으로 변경하고, 상근 고문 대우 연한도 축소했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고강도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3월 계열사 임원의 주중 골프를 금지하고, 주말을 포함해 해외 출장 일정을 잡는 것을 삼가라는 방침을 내렸다.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온은 올해부터 임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했고, 법인카드 한도도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위기인 기업들이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다 줄이기 위해 골프 자제령, 법인카드 한도 축소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직원들 대상 복지 축소는 오히려 사기만 저하할 우려가 있어 임원을 대상으로 솔선수범하라는 취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