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금강산 지구 내 소방서 철거…정부 자산으론 처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89호 06면

남북교류 상징물 지워가는 북한

북한 금강산 지구 내에 있는 우리 정부 자산인 소방서 건물이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됐다고 통일부가 10일 밝혔다. 이 시설은 2019년 22억원을 들여 건설됐다. [사진 통일부]

북한 금강산 지구 내에 있는 우리 정부 자산인 소방서 건물이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됐다고 통일부가 10일 밝혔다. 이 시설은 2019년 22억원을 들여 건설됐다. [사진 통일부]

북한이 금강산 관광특구 안에 있는 소방서를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예산 22억원이 투입된 건축물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금강산 지구 내 우리 정부가 설치한 소방서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재산권 침해 등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강원 고성군 온정리 일대에 조성된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건물, 관광 도로 등 한국 정부 자산 3건이 있다. 이 중 소방서 건물은 대지 면적 4900㎡의 지하 1층, 지상 2층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소방서 건축에 22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면회소는 550억원, 관광 도로는 26억6000만원을 들여 조성했다.

이 외에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온정각과 부두시설, 해금강 호텔, 온천빌리지 등 현대아산이 투자한 시설과 에머슨퍼시픽이 투자한 골프장 등의 위락시설이 있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11일 한국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다.

북한은 최근 남북 관계 단절을 상징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이어가고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의 시설 철거 역시 사실상 예고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축 미학적으로 낙후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며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해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협의가 중단됐지만, 북한은 올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금강산 국제관광국을 폐지하며 다시 관련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구병삼 대변인은 “소방서 철거와 관련해서 관련된 동향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완전 철거는 지난달 말에 확인했다”며 “그 외 해금강호텔 등 관광과 관련된 상당 시설이 철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정부 자산에 직접 손을 댄 건 대남 메시지 성격도 있어 보인다. 남측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측면에서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스스로 밝힌 “남측 관계 부문과의 합의”조차 생략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에도 “북한이 개성공단(2016년 2월 전면 폐쇄)의 기업 30여 개를 무단 가동하는 동시에 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의 철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2020년 6월 연락사무소 청사도 공개적으로 폭파했다. 이후 연락사무소,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 주변에 흩어진 건물 잔해들을 철거·정리하는 활동이 지난해 말 포착됐다. 비슷한 시기 지난 정부의 9·19 군사합의(2018년)에 따라 조성한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 고지의 전술도로에 지뢰를 매설한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일보 4월 29일자 1·8면〉

이처럼 북한은 각종 남북 교류의 상징물들을 지워가는 작업에 속도를 내며 내부적으로는 사상 교육 강화를 통한 주민 통제 등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선대의 화해 업적에도 거침없이 손 대는 분위기다.

동시에 북한은 중국, 러시아에 밀착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국영 고려항공은 이달 초 웹사이트를 통해 평양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간 정기 노선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북·러 간 고려항공 정기 노선이 재개되는 건 4년 3개월 만이다. 고려항공 측은 평양과 베이징 노선도 주 3회 운영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