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헝가리에 밀착 과시…시진핑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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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지막 방문지로 유럽 내 대표적인 친중국 국가인 헝가리를 찾아 양국 관계를 높은 단계로 격상시켰다며 우호를 과시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9일(현지시각)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협력 단계를 더 높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 주석은 또 “수교 75주년을 맞은 중국과 헝가리는 상호 존중, 평등, 상호 이익의 원칙을 항상 고수했다”면서 “새로운 시대 중국과 헝가리 간의 관계 발전과 양국 공동 관심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고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인프라와 에너지 등 18가지 분야에서 협정을 맺고 협력사업을 긴밀히 추진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신화통신은 양국이 일대일로 공동 건설 3차 중점 협력 프로젝트, 녹색발전분야 투자 합작 촉진 등과 관련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중국이 헝가리를 지원했던 것을 잊지 않고 중국의 친구로서 중국이 핵심 이익과 합법적 권리를 수호하는 데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과잉생산’과 중국을 향한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에 관한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중국과 소통·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 관계를 내세운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공통된 인식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해 오르반 총리는 “즉각적 휴전과 평화 회담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중국 측 평화 계획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중국이 발표한 평화계획은 각국 주권과 독립, 영토 완전성 보장, 유엔헌장취지 준수 등 12가지 조항이 담겨 있다.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어 서방국들이 제시한 평화 협상 조건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도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중국 국기와 헝가리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도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중국 국기와 헝가리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시 주석이 강조해온 ‘새로운 시대’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양국 관계를 격상하면서 유럽 내에서 헝가리보다 중국에 더 가까운 국가는 러시아밖에 없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한 중국 전문가는 “새로운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중국이 헝가리에 부여한 위상을 크게 높인 것”이라면서 “중국은 헝가리를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만들고 중국과 EU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헝가리는 시 주석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 프랑스, 세르비아에 이어 마지막으로 찾은 국가다. 헝가리 공군은 시 주석이 탄 항공기가 영공으로 들어오자 전투기를 출격해 호위했다. 오르반 총리는 공항에 직접 시 주석을 환대했고 수요크터마시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환영 만찬을 마련하고 시 주석을 맞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8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 도착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8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 도착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르비아와 함께 유럽 내 대표적인 친중 성향 국가로 분류되는 헝가리는 2015년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 주도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강조해온 중국의 장기적 대외국책사업이다. 중국은 최근 수년 동안 헝가리 투자 프로젝트에 160억 달러(약 21조9000억원) 넘게 쏟아부으며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유럽의 변절자’ 세르비아·헝가리와 포옹하는 걸 즐긴다”면서 “양국은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해왔고 유럽 국가 중 중국과 러시아에 가장 우호적”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헝가리 방문을 끝으로 엿새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10일(현지시각)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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