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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노래한 아이브, 서울특별시 외친 스키즈…“이게 바로 멋인 기라”

중앙일보

입력

아이브의 '해야' 뮤직비디오엔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이 남긴 금강전도가 등장하고 민화의 호랑이가 뛰어다닌다. 사진 스타쉽

아이브의 '해야' 뮤직비디오엔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이 남긴 금강전도가 등장하고 민화의 호랑이가 뛰어다닌다. 사진 스타쉽

지난달 29일 아이브는 자체적으로 만든 설화 ‘해를 사랑한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노래 ‘해야’를 발매했다. 구전설화 ‘사람을 사랑한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구상한 아이브표 창작설화는 기존 설화가 사랑과 희생을 이야기한 것과 달리 동경과 염원을 그린다.

뮤직비디오엔 얼음 감옥에 갇힌 호랑이가 해를 만나 감옥에서 탈출하고 승리의 쥐불놀이를 하는 스토리가 담겼다. 영상 시작부터 푸른 족자가 등장한다. 이어 곰방대 들고 있는 안유진이 나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줄게’라는 함축적 의미를 녹였다. 멤버들은 저고리, 한복, 부채, 노리개 등의 전통적인 소품을 착용했고 배경엔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이 남긴 금강전도가 교차한다. 민화의 호랑이가 뛰어다니고 민화풍으로 그려진 여섯 멤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아이브의 '해야' 무대의상. 동양의 고전미를 담은 의상과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줬다. 사진 스타쉽

아이브의 '해야' 무대의상. 동양의 고전미를 담은 의상과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줬다. 사진 스타쉽

한국적 고전미가 물씬한 이 뮤직비디오는 9일 기준 2700만 뷰를 돌파했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트렌딩 월드 와이드 1위다. 노래가 담긴 앨범 ‘아이브 스위치’는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18개 국가·지역에서 1위(4월 30일 기준)를 차지했다. 후렴구의 ‘해야 해야 해야’는 초등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전래동요 ‘해야 해야 나오너라’에서 차용했다. 외국인들도 발음하기 쉬워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아이브,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등이 전래의 고전미를 노래와 퍼포먼스에 접목해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K팝을 세계에 알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도 음악 콘텐트에서의 한국성 접목 시도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최근엔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세계적 호응을 끌고 있는 게 두드러진다.

4세대 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앨범차트)과 핫100(싱글차트)에 입성한 스트레이키즈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대표적인 그룹. 앨범명과 노래 제목, 노랫말에 영어, 한자, 우리말을 재치있게 섞는 언어유희는 이들만의 시그니처다.

언어유희하면 스트레이키즈

2020년 낸 정규 1집 ‘고생(Go生)’ 앨범의 타이틀곡은 ‘신(神)메뉴’였고, 뒤이어 나온 리패키지 앨범 ‘인생(IN生)’에는 동요 ‘둥글게 둥글게’를 레퍼런스 한 노래 ‘토끼와 거북이’가 수록돼 있다.

스트레이키즈가 2021년 공개한 '소리꾼' 뮤직비디오엔 사물놀이가 나온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키즈가 2021년 공개한 '소리꾼' 뮤직비디오엔 사물놀이가 나온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2021년 발매한 정규 2집 ‘노이지(NOEASY)’엔 트랩과 국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노래 ‘소리꾼’이 담겨있다. 이 노래로 스트레이 키즈는 지상파 첫 1위 트로피를 안았고, 해외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 소속 투수 야마자키 소이치로의 등장곡으로 알려져 있고, 그해 빌보드 선정 최고의 K팝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 3집 ‘★★★★★ (5-STAR)’(2023)의 타이틀곡 ‘특’은 서울특별시 배경으로 노래하고 가사에도 서울특별시를 넣어 스트레이키즈만의 특별함을 드러낸 노래이며, 가장 최신 앨범인 미니8집 ‘락-스타(樂-STAR)’의 타이틀곡 ‘락(樂)’은 ‘어떤 고민이나 역경이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락(樂)은 계속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락’ 뮤직비디오엔 ‘슬플 애’가 적힌 하얀 배경에도 굴하지 않고 군무하는 멤버들 모습이 재미를 준다.

스트레이키즈는 올 여름 컴백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엔 미국 뉴욕 메크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2024 멧 갈라’에 참석했고, 10일 오후 1시엔 해외 뮤지션 찰리 푸스와 컬래버레이션한 싱글 ‘루즈 마이 브레스’를 발매한다.

해외 대형 페스티벌 무대도 연속으로 오른다. 7월 12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I-Days’(아이 데이즈), 14일 영국 런던 ‘BST Hyde Park’(브리티시 서머 타임 하이드 파크), 8월 2일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헤드라이닝 퍼포머로 활약한다.

스트레이키즈가 지난해 11월 발매한 '락' 뮤직비디오 일부. 군무하는 멤버들 뒤로 한자 '애'(哀)가 보인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키즈가 지난해 11월 발매한 '락' 뮤직비디오 일부. 군무하는 멤버들 뒤로 한자 '애'(哀)가 보인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코첼라에서 사자춤을

에이티즈는 지난달 미국 최대 음악축제 ‘코첼라’에서 한국의 미를 알렸다. 꽹과리, 북, 장구, 태평소, 징 등 전통악기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 ‘멋’을 부르며 “이게 바로 멋인 기라”라는 사투리로 K퍼포먼스를 펼쳤다. 한국어가 적힌 부채, 사신(청룡, 백호, 주작, 현무)이 새겨진 깃발 등 전통적인 오브제 등도 활용했다. 특히 국가 무형문화재인 봉산탈춤 보존회 팀을 섭외해 사자탈의 신명나는 춤판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 무대는 외신들 사이 호평을 이끌었다. 미국 빌보드는 ‘코첼라 첫 날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에이티즈의 공연을 꼽으며 “K팝을 대표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노래와 랩, 춤 등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들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멋진 무대였다”고 전했다.

에이티즈는 지난 4월 12일, 19일(현지시각) 코첼라 페스티벌의 사하라 스테이지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접목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 KQ엔터테인먼트

에이티즈는 지난 4월 12일, 19일(현지시각) 코첼라 페스티벌의 사하라 스테이지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접목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 KQ엔터테인먼트

앞서 블랙핑크는 2020년 ‘하우 유 라이크 댓’ 활동 당시 한복 의상으로 화제가 됐고, 방탄소년단은 노래 ‘아이돌’(2018)과 슈가의 솔로곡 ‘대취타’(2020) 등에서 한국적 요소를 소개했다. 레드벨벳은 지난해 자개장, 소나무 분채, 호피모자, 댕기 등의 오브제를 활용해 노래 ‘칠 킬’을 홍보했다.

이에 김영대 음악평론가(정부 누리집 617호 칼럼)는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려는 시도는 아니다. 잠재적 청자가 전 세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세련된 장르로서 전통문화가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익숙한 전통 문화라도 새로운 장르와 결합했을 때, 이전과는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K팝과 한국 고전이 만나 이루는 독특한 세계관이 소구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블랙핑크는 2020년 발매한 노래 '하우 유 라이크 댓'의 의상 콘셉트로 한복을 차용했다. 사진 JTBC

블랙핑크는 2020년 발매한 노래 '하우 유 라이크 댓'의 의상 콘셉트로 한복을 차용했다. 사진 JTBC

방탄소년단 슈가는 2020년 국악에서 영감을 받은 솔로곡 '대취타'를 발매했다. 사진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슈가는 2020년 국악에서 영감을 받은 솔로곡 '대취타'를 발매했다. 사진 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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