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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새벽 치매 노인 찾았다…주민 191명 뭉친 '기적의 마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양평경찰서는 최근 실종된 80대 노인을 찾는데 도움을 준 신민섭 이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양평경찰서

경기 양평경찰서는 최근 실종된 80대 노인을 찾는데 도움을 준 신민섭 이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양평경찰서

아버지가 아직 집에 오시지 않았어요.

지난달 23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양평군 용문파출소. 사색이 된 한 여성이 다급하게 파출소로 뛰어와 실종 신고를 했다. 오후 3시에 집을 나선 아버지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실종자는 인근에 사는 치매를 앓고 있는 A(84)씨였다. 논·밭을 둘러보러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늦어지는 귀가에 동네 곳곳을 돌며 찾아다니던 가족들이 경찰에 손을 내민 것이다. A씨는 며칠 전에도 집을 찾지 못해 가족들이 동네 곳곳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나섰다. 하지만 난관에 부닥쳤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어두운 시골, 여기에 봄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저체온 증상 등으로 A씨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 순찰차를 이용해 동네 곳곳을 여러 번 둘러봤지만 A씨를 찾을 수 없었다.

고민하던 경찰은 마을 이장 신민섭(56)씨를 찾아갔다. 마침 신 이장도 A씨 가족의 연락을 받고 동네를 둘러보고 있었다. 경찰은 신 이장에게 “알림 방송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방송을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고민하던 신 이장은 마을 단체 대화방과 문자 메시지로 191명의 주민에게 일일이 연락했다. A씨의 인적사항 등을 알리며 “A씨를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메시지를 본 마을 주민들은 “집 주변에 설치한 폐쇄회로 TV(CCTV)를 살펴보겠다” “집 밖으로 나가서 찾아보겠다”고 답을 했다.

주민들까지 수색에 가담해 A씨를 찾기 시작한 지 1시간 30분 뒤인 24일 0시 50분. 관제센터에서 주변 CCTV를 분석해 A씨의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A씨는 1시간 뒤인 오전 1시 53분쯤 자택에서 700m 떨어진 논 한가운데서 발견됐다. 다행히 건강엔 이상이 없는 상태였다.

순찰에 나선 주민들도 A씨를 찾았다는 소식에 안도하며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 등 30여명이 동원돼 A씨를 찾았는데 A씨의 체구가 작은 데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어서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수색했는데도 발견이 쉽지 않았다”며 “신 이장 등 주민들의 협조로 A씨를 무사히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수색에 도움을 준 신 이장에게 최근 감사장을 전달했다.

신 이장은 “비가 오는데도 수색하느라 고생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에게 커피 한 잔도 대접하지 못해서 오히려 미안했다”며 “무엇보다 A씨가 아무 문제 없이 발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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