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아동 비만 심각, 체육 교과 분리가 옳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최근 초등 1~2학년 음악·미술·체육 통합교과목인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 교과를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성장기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체력과 운동 습관 형성의 골든 타임인 초등 저학년 시기의 체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체육 교과 분리는 지난해 교육부의 ‘제2차 학생 건강증진 기본계획’, 국무총리 직속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제1차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 그리고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제3차 학교체육 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됐다. 이번에 국교위의 의결로 통합교과 도입 35년 만에 초등학교 체육 교육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교위, 초 1·2년 체육 분리 결정
논의 부족·업무 과중 우려 있지만
미·유럽은 1학년부터 독립 운영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런데 국교위 의결에도 일부 국교위 위원과 일선 교사 중에 체육교과 분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비판의 이유는 다양하다. 교원 위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표결했고, 교육 주체와 논의가 부족했다는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다. 더 본질적으로는 현행 통합 교과 체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통합교과인 현행 ‘즐거운 생활’ 과목이 초등 1~2학년 학생의 발달 상황에 적합하며(84%), 초등 저학년의 운동량이 부족하지 않고(76%), ‘즐거운 생활’ 속 체육 활동에 만족한다(88%)는 초등교사노조의 설문 결과는 통합론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신체활동보다 놀이 중심의 활동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체육 활동을 위한 공간 마련이 우선이란 지적도 있다. 현행 ‘즐거운 생활’에서 제공하는 체육 수업에 문제가 없고, 따라서 불필요한 변화는 행정업무를 가중하고 학교 현장에 혼선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체육 교과 분리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초등학생의 비만과 체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초등학생의 과체중과 비만을 합친 비만군 비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체로 높아졌다. 특히 1학년(25.4%)에서 2학년(28.3%)으로 올라가면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학생들의 비만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중앙포토

학생들의 비만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중앙포토

학생건강체력평가를 보면 초등생의 1·2등급 비율이 2022년 36.8%로 2019년보다 7.4%포인트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17세 한국 청소년의 94.2%가 신체활동 부족이라 보고했다. 통합교과에서 체육 회피 현상이 일부 있고, 체육 활동의 사교육 전가 및 이에 따른 계층 간 건강 불평등 심화, 음악·미술과의 연계성 부족 등 현행 통합교과에서 행해진 체육과 신체활동 교육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신생아 22만명이 태어났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3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5.7%에 이르고, 9~24세 청소년 비율은 13.2%로 작아질 전망이다. 아이들의 건강은 미래세대의 동력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현행 통합교과목에서 체육을 분리해 대폭 강화하는 정책은 충분히 필요해 보인다.

우선 35년간 운영해온 통합교과 체계로는 증가하는 초등생 비만과 체력 약화를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다.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문제가 아니라면 지금이 변화의 적기다. 그 과정에 투입되는 추가적인 노력과 약간의 혼선은 더 나은 인재 양성을 위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비용이자 투자로 볼 수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줄넘기를 하는 학생들. 연합뉴스

부산의 한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줄넘기를 하는 학생들. 연합뉴스

교육의 수혜자인 학부모는 어린 자녀의 체육 활동이 학교에서 충분히 이뤄지기를 원한다. 단순히 뛰어노는 신체활동을 넘어 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하며, 평생 가져갈 운동과 스포츠의 기초 소양을 형성하기를 바란다. 현행 공교육 체육 시간으로는 WHO의 어린이 신체활동 기준(하루 60분)을 채우기 버겁다. 체육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이유다. 태권도장에서 줄넘기 등 학교 체육을 배우는 실정이다.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스위스·일본·호주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초등 1학년부터 체육 교과를 독립 운영한다. 영국은 초등 1~2학년에 경쟁적 스포츠를 가르치고, 단순 놀이 위주 수업보다 체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육을 독립 교과로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믿기 때문이다.

향후 교과명을 확정하고 교과서를 개발하는 2~3년 절차가 남았다. 건강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체계적인 체육과 스포츠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지혜와 역량을 모을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