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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오커스 참여 제안은 한국에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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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백순 전 주호주대사

이백순 전 주호주대사

호주·영국·미국이 참여하는 오커스(AUKUS) 안보 파트너십, 즉 군사동맹이 2021년 9월 발족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지난달 AUKUS 원년 멤버인 3국 국방부 장관이 의미심장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서 3국 안보협력을 기존 군사협력 이외에 기술협력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 선언했다. 즉, 군사협력 분야인 첫째 축(Pillar 1)은 기존 AUKUS 회원 3개국에 국한하더라도 기술협력 분야인 둘째 축(Pillar 2)에는 한국·일본·캐나다·뉴질랜드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연이어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일본이 AUKUS 둘째 축에 참여할 것을 권고했고, 일본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AUKUS 둘째 축은 양자 컴퓨팅, 사이버 안보, 극초음속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범 3년 오커스 회원 확대 추진
한국에 기술협력 분야 참여 권유
한미동맹 강화 위해 긍정 검토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 그리고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2023년 3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 해군 기지에서 3국 회담 후 호주-영국-미국 (AUKUS) 파트너십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 그리고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2023년 3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 해군 기지에서 3국 회담 후 호주-영국-미국 (AUKUS) 파트너십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힘겨운 경쟁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혼자 힘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서방국가들과 연대하려 한다. 중국으로 기술이 이전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동맹국들과 협업함으로써 기술발전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미국의 이런 의도에 중국은 반발하고, 특히 일본이 AUKUS 둘째 축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 최근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한·호주 2+2(외교, 국방부 장관) 회의에서 호주가 한국에도 AUKUS 둘째 축에 참여하라고 권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한국 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니 이참에 AUKUS 참여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생겼다.

2021년 AUKUS가 발족할 때부터 3각 군사 동맹이자 가장 유대감이 강한 앵글로색슨 3국 동맹이라는 측면에서 이목이 쏠렸다. AUKUS 출범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동맹의 기본구조, 즉 ‘중심축과 바큇살 체제(Hub & Spoke System)’를 변경하려는 신호탄으로 간주됐다.

기존 동맹의 기본구조는 미국이 강력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2차 대전 이후 70여 년간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국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모든 동맹국을 미국이 1대 1로 지켜주고 관리해주던 ‘중심축과 바큇살 체제’가 더는 지탱하기 힘들어졌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 주미일본대사와 함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 참여해 “지금까지의 ‘거점 중심’(Hub and Spoke) 동맹 구조는 현 시점에 적합하지 않다”며 “중대 전환 시기를 맞아 ‘격자형(lattice-like)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 주미일본대사와 함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 참여해 “지금까지의 ‘거점 중심’(Hub and Spoke) 동맹 구조는 현 시점에 적합하지 않다”며 “중대 전환 시기를 맞아 ‘격자형(lattice-like)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이런 어려움을 고려한 미국 전략가들이 대안으로 고안한 것이 ‘격자 구조(lattice structure) 동맹’이다. 미국은 격자형 동맹구조 개념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에서 공론화했다. 격자 구조는 미국이 여전히 중심이지만, 많은 나라가 미국의 군사력에 의지하는 체제가 아니라 3~4개 국가가 미국을 중심으로 뭉치는 체제다.

향후 미국은 미국·호주·인도·일본이 참여하는 4자 안보 대화인 쿼드(Quad)와 AUKUS 외에도 3~4개 안보협력국을 묶는 격자 구조 동맹을 추가로 만들어 여러 개의 격자를 연결하려 할 것이다. 구조학적 측면에서 보면 ‘연쇄 격자 동맹 그물망’이 ‘중심축과 바큇살’ 구조보다 더 견고할 것이다.

현행 한·미동맹 구조를 보면 중심축인 미국을 향해 한국이 바큇살 끝에 붙어있는 모양의 1대 1 동맹이다. 이런 바큇살 동맹은 한·미 양국 동맹의 여건이 변하면 바큇살이 손상되거나, 다른 외부요인에 의해 바큇살이 단절될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 만약 한·미 동맹이 다른 3~4개의 동맹국이나 안보협력국들과 격자 형태로 엮어지면, 미국과의 양자 관계가 다소 순탄하지 못할 때라도 동맹구조 자체는 안전할 수 있다.

미국도 자국이 중심축에 서서 수많은 나라를 1대 1로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니 격자구조 동맹을 선호할 것이다. 기존의 바큇살 동맹 구조가 동맹국 보호에 중점을 뒀다면, 새로운 격자형 동맹 구조는 합동 전력 투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미국의 동맹구조는 격자형으로 갈 개연성이 높다. 한국도 격자구조 동맹에 참여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및 호주 외교·국방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및 호주 외교·국방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한국 중심의 다른 소다자 안보협력체를 만드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에 호주가 권유한 AUKUS 둘째 축에 참여도 검토해보길 바란다. 특정국이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겠지만, 호주가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백순 전 주호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