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병주의 뉴스터치

인기 방전 전기차, 다시 충전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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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북극한파가 덮쳤던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의 테슬라 충전소에서 한 운전자가 차를 충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북극한파가 덮쳤던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의 테슬라 충전소에서 한 운전자가 차를 충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소비 위축 심리에 자동차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인기를 구가하던 전기차의 위축이 도드라진다. 9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54만4049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9.5% 감소했다. 전기차는 3만6803대 팔려 26%나 줄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유럽 주요 10개국의 경우 1분기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0%였다.

배터리 성능과 충전에 대한 불만족이 큰 이유다. 지난겨울 미국 시카고에 북극한파가 덮쳤을 때 충전소 근처에 버려진 전기차들이 많아 충전소가 ‘전기차의 무덤’으로 불린 게 단적인 사례다. 낮은 기온에서 빠른 방전과 긴 충전시간 탓에 줄지어 기다리던 차주들이 차를 방치하고 귀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인기 하락을 캐즘(Chasmㆍ깊은 골)이론으로 설명한다. 지층이 이동하면서 생기는 골처럼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나와도 소비가 보편화할 때까지 일정 기간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폭스바겐ㆍ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전략을 수정하며 전기차 생산을 줄이거나 새 공장 건설 계획을 늦추고 있다.

획기적인 성능의 배터리 개발을 기다리기보다는 내연기관과 결합한 하이브리드카의 개발과 생산을 늘려 돌파구를 찾기도 한다. 총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1~4월 국내 하이브리드카 판매 대수는 13만693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2.4% 급증했다. 현재 최소 4000만 원대인 찻값을 3000만 원대 이하로 낮추는 이른바 ‘P(priceㆍ가격)의 레이스’도 본격화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