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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류현진, 갈팡질팡 이글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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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8일 롯데전에서 잇달아 실점한 뒤 고개를 숙인 류현진. 한화는 시즌 초반 7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마운드가 흔들리면서 9위까지 떨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롯데전에서 잇달아 실점한 뒤 고개를 숙인 류현진. 한화는 시즌 초반 7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마운드가 흔들리면서 9위까지 떨어졌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흔들린다. 날개 꺾인 독수리가 다시 날아오르려면, 에이스 류현진(37)의 힘이 필요하다.

류현진은 지난 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맞고 5실점 했다. 4회까지는 1점만 주고 안정적으로 잘 던졌지만, 5회 1사 후 집중타를 맞고 무너져 시즌 4패(2승)째를 당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5.21에서 5.65로 올랐다. 그 사이 한화 타선은 롯데 선발 찰리 반즈에게 삼진 13개를 헌납하면서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한화는 이날 1-6으로 졌다.

한화는 올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는 상승세를 타면서 단독 선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4월 중순부터 투타가 동반 부진해 급격한 내림세를 탔다. 지난달 20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26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6연패에 빠져 8위로 내려갔고, 지난 4일 KIA 타이거즈전 패배로 9위까지 떨어졌다. 이제 롯데와 탈꼴찌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겨울 류현진과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가을야구 복귀’를 다짐했던 한화 입장에서는 뼈아픈 성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정신적 지주인 류현진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호투하는 날은 리그 최강의 제구력을 뽐내면서 양쪽 벤치의 감탄을 자아내지만, 안 좋은 날은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대량 실점하기 일쑤다. 평정심으로 이름을 날린 류현진이 올 시즌엔 벌써 세 차례나 야수 실책 직후 한꺼번에 3점 이상을 내주며 흔들렸다.

류현진을 신인 시절부터 지켜봐 온 정민철 해설위원은 “냉정하게 말해 류현진도 이제 구위가 서서히 하락할 나이에 접어들었다. 최고 구속은 여전히 시속 145㎞ 이상 나오지만, 아무래도 구위가 예전처럼 압도적이지는 못해서 고전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류현진 2024 시즌 성적

류현진 2024 시즌 성적

정 위원은 또 “상대 타자들은 ‘류현진’이기 때문에 경기 전 더 많이 분석하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타석에 들어선다. 또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 타자들은 풀스윙보다 콘택트에 중점을 두고 달려든다”며 “더구나 한화 수비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 모든 게 합쳐지면서 빗맞은 인플레이 타구가 유독 많이 나왔다”고 짚었다.

물론 류현진을 향한 기대와 믿음은 여전하다. 정 위원은 “류현진은 KBO리그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오래 뛰었다. 갑작스럽게 복귀한 뒤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기”라며 “워낙 영리하고, 책임감도 강한 선수다. 최고의 투수답게 머지않아 위기를 극복하고,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8일 경기에서 선발 맞대결한 롯데 외국인 투수 반즈는 “류현진을 롤 모델로 삼고 경기를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9년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있을 때, 그의 영상과 자료를 굉장히 많이 보고 분석하면서 배우려고 했다. 그 덕분에 성장했고, 이렇게 그와 맞대결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반즈는 또 “류현진이 우리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봤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투심패스트볼을 몸쪽으로 던지는 걸 보고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또 하나 배웠다”며 “류현진은 이미 보여준 게 많은 투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14일 NC 다이노스와의 대전 홈 경기로 예정돼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창원에서 NC와 한 차례 만나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 3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하위 추락 위기에 몰린 한화는 에이스가 다시 단단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우뚝 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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