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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도 소개한 흙가마서 철뽑기 기술…열번째 복원 도전한다

중앙일보

입력

울산 쇠부리기술 복원 모습. 연합뉴스

울산 쇠부리기술 복원 모습. 연합뉴스

흙가마에서 쇳물을 뽑아 철을 만드는 조선시대 토철 제련 기술 복원이 울산에서 시도된다. 울산쇠부리축제 추진위원회는 9일 "10일부터 12일까지 울산 북구에서 열리는 '제20회 울산쇠부리축제' 기간에 쇠부리 복원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쇠부리는 토철(흙으로 된 광석) 등 철의 원료를 녹이고 다뤄서 가공하는 옛 울산지역 제철 작업·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축제에서 진행할 복원 실험은 흙가마에서 직접 쇳물을 뽑는다. 조선시대 방법 그대로 쇳물을 빼 판 형태의 쇳덩어리(판장쇠)를 만들 예정이다.

이번 쇠부리 복원 실험은 10번째 도전이다. 지난해 '제19회 울산쇠부리축제'에서 9번째 복원 실험에 나섰지만, 90% 정도만 성공했다. 당시 쇳물을 가마 밖으로 흘려보내 23.55㎏의 판장쇠를 만드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녹은 쇳물이 판장쇠 틀을 모두 채우지 못하거나 울퉁불퉁한 모양으로만 만들어졌다.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와야 100% 복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쇠부리복원사업단 측은 "바람구멍 등 지난번 실험에서 나온 문제를 보완한 만큼 이번 실험을 거치면 신뢰성 높은 쇠부리 표준매뉴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에 소개→미래무형유산 육성사업 대상 

쇠부리는 지난해 5월 국회에 소개됐다. 쇠부리 문화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해 쇠부리복원사업단 측이 쇠부리 실험 결과·성과, 향후 과제 등을 발표했다. 국회 소개 후 쇠부리는 문화재청의 미래무형유산 복원육성사업에 선정, 현재는 전승 이어가기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2019년 울산쇠부리축제에서 쇠부리 복원 실험이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사진 울산 북구

2019년 울산쇠부리축제에서 쇠부리 복원 실험이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사진 울산 북구

이처럼 울산에서 적극적으로 쇠부리 복원과 문화 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쇠부리의 뿌리인 울산 북구지역 옛 제련소인 달천철장(達川鐵場)이 동아시아 고대국가 형성기 철 생산과 유통을 살필 수 있는 유적이면서, 조선시대 제철 중심지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달천철장은 삼한시대부터 국내 최대 철 생산지로 꼽혔다. 조선 효종 8년인 1657년 이의립 선생이 철장(鐵場·쇠를 단련하는 곳)에서 무쇠 제조법을 개발했다.『세종실록 지리지』에 따르면 달천철장에선 매년 나라에 철 1만2500근을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달천철장은 이의립 선생 후손이 관리하면서 토철로 철을 뽑아냈는데, 1906년 일본인 관리를 받게 되면서 쇠부리 '토철 제련'은 명맥이 끊겼다.

일본에서 인정받는 달천철장 

달천철장과 쇠부리는 일본에서도 고대 철 관련 문화로 인정받는다. 시오미 히로시(潮見浩) 일본 히로시마대학 명예교수는 2000년 말 울산시장에게 "달천철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세계에서 고대국가 형성기 철 생산과 유통을 고찰하는 데 귀중한 유적군이다. 부디 보존해주시길 부탁한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시오미 교수는 고대 철 생산을 연구하는 일본 타타라연구회(たたら硏究會)' 회장이었다.

지난해 울산쇠부리 복원 실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울산쇠부리 복원 실험 모습. 연합뉴스

사라진 쇠부리는 1980년대 달천철장 쇠부리소리(불매소리·풀무질 하면서 부르던 노래)가 확인되면서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쇳물난다 불매야. 디뎌봐라 불매야. 어절시구 불매야" 같은 노동요인 쇠부리소리는 2019년 울산시 무형문화재(제7호)로 등재됐다. 쇠부리소리 발굴과 함께 2016년 울산쇠부리복원사업단이 꾸려졌다.

올해 울산쇠부리축제에선 쇠부리 복원 실험 외에도 쇠를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쇳물을 뽑아낼 때 부르던 쇠부리소리 공연과 쇠부리대장간 체험 등이다. 쇠 생산 과정을 놀이화한 '철철철노리터'도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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