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축구 '색깔없는 9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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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특징인 '스피드'가 실종됐다. 역습 상황에서 쏜살같이 적진을 돌파하는 선수도 보이지 않았고, 경기 템포도 '느리게'로 일관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4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동구 강호 슬로바키아와 득점 없이 비겼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세계청소년선수권(아랍에미리트)을 대비한 전력 점검의 의미가 큰 경기였지만 뚜렷한 '특징'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큰 위기를 맞았다. 롱패스 한 방에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로만 유르코에게 완벽한 단독 찬스를 내줬다. 유르코가 골키퍼를 제치고 오른쪽으로 볼을 빼는 순간 골키퍼 김영광(전남)이 덮쳤다. 유르코가 쓰러졌고 페널티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주심 이종국씨는 휘슬을 불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우승의 주역 정조국(안양)-김동현(오이타) 투톱이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10월 29일 한.일전 당시 투톱 김동현-조진수(전북)만큼 활동폭이 넓지 않았다.

플레이메이커 권집(수원)은 볼키핑력과 안정감은 돋보였지만 움직임과 패스 타이밍이 너무 늦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동구 특유의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 문전을 노렸고 전반 30분에는 스테판 조삭의 대포알 중거리슛이 골대를 때려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 오른쪽 윙백 오범석(포항)의 활발한 오버래핑과 이종민(수원)의 좌우를 오가는 측면돌파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

박성화 감독은 후반 조진수를 투입해 김동현과 호흡을 맞추게 하고 박주영(청구고)을 왼쪽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등 다양한 포지션 실험을 했다. 그러나 인상적인 장면조차 만들지 못한 채 경기는 맥없이 끝났다.

콜롬비아는 1골.1도움을 기록한 빅토르 몬타뇨의 활약으로 호주를 2-1로 꺾었다.

수원=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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