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문화 인물' 이인성 화백… 대구가 낳은 근대화단의 개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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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대구 두류공원 인물동산에서는 대구가 낳은 한 천재화가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한국 근대화단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이인성 화백(1912~50).

그는 1929년 열여덟의 나이에 오늘날 국전에 해당하는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이래 한국 근대화단을 이끈 화가로 꼽힌다.

세상을 떠난지 53주년을 맞는 올해, 문화관광부는 이인성 화백을 '1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해 관련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동상 제막식에는 이인성기념사업회에 참여한 영화배우 안성기씨 등 서울의 문화인들도 참석해 요절한 작가의 천재성을 기렸다.

1912년 대구 태평로에서 태어난 이인성은 수창보통학교에 다닐 때부터 미술 재능을 인정받아 화가로의 뜻을 세운다.

수창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당시 대구 미술계의 리더 서동진이 경영하던 대구미술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수채화 공부를 시작해 17세 되던 해 세계아동예술전람회에 출품해 특선을 수상하기도 했다.

1929년 '그늘 음'으로 조선미전에 입선한 이후에는 대구화단의 서동진.최화수.박명조.김용준 등과 동인그룹 '향토회'를 결성하고 '가을의 어느 날''성당의 아침''겨울 어느 날''벽에 그린 두 얼굴' 등의 대표작을 잇따라 발표했다.

50년 비운의 총기 오발사고로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구상을 근간으로 독자적인 조형어법을 개척한 그의 예술세계는 최근 들어 크게 평가받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미술협회는 2000년 이인성미술상을 제정해 매년 1명을 선정해 시상과 함께 개인전시회를 열고 있다.

4일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회 이인성미술상 시상식에서는 계명대 이영륭 교수가 상을 받았다.

또 이날 오후 2시 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는 이인성기념사업회 주관의 학술세미나도 열렸다. 이어 저녁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는 대구시립극단이 마련한 이인성 기념 연극공연 '노을 앞에서'가 2회째 막을 올렸다.

이 화백의 아들로 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이채원씨는 "그의 풍부한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은 지역의 문화역량을 살찌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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