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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육 과부하" vs "교육기회 뺏지 말아야" 제자리 맴돈 의대증원 법정공방

중앙일보

입력

이병철 변호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병철 변호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으로 의대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당장 내년부터 침해당할 것(신청인 측 이병철 변호사)

‘교육받을 권리’란 나의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빠진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교육에 참여할 기회까지 배제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정부 측 대리인)

29일 서울행정법원 B203호에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앞서 ▶전국 의대 교수 33명(14일) ▶전공의 1명, 의대생 1명(22일) ▶대한전공의협의회장 1명(28일) 측이 각각 제기한 의대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진행된 데 이어, 이날은 의대 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도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행법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권 의대 교수 및 전공의, 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입학정원 증원 및 배정 처분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신청인 측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의대 증원으로) 의대 교원이 양질의 전문 교육을 할 권리, 전공의가 양질의 수련을 받을 권리, 의대생은 교육받을 권리, 수험생은 안정적으로 정보를 받아 시험을 준비하는 기대이익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부산의대의 경우 현재 125명에서 200으로 증원될 예정인데, 당장 교수들은 유급되는 의대생을 포함하면 325명의 1학년 의대생을 내년부터 가르쳐야 한다”, “1학년에 투입되는 시간이 늘어나면 본과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은 물론 전공의들까지 연쇄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 등을 댔다. 또 “이런 공백을 메꾸기 위해선 지방 의대 전공의를 서울권 대학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러면 서울권 의대 역시 과부하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신청인 측은 앞서 20일 “정부의 의대 증원은 서울권 의대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같은 날 신규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가운데 1639명(82%)을 비수도권에, 나머지 361명(18%)을 경기도·인천에, 서울권에는 별도 증원을 배분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한 20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한 20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날 정부 측은 “내년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유급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신청인 측이 스스로 (파업 등을 통해) 초래한 가정적인 상황”이라며 “정책에 반대해 스스로 만든 상황을 적법성 판단에서 고려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또 “신청인은 의사 수련의 기회와 교육받을 기회의 여건이 악화한다고 말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나의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빠진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교육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교육받을 권리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상대적인 이익에 불과하지 그 자체가 권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은 이전까지 진행된 3건의 집행정지 심문과 거의 유사하다. 이 변호사는 이날 심문 직후 다음 달 1일 전국 40개 의대 학생의 집단소송 제기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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