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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연 15권 독서" 노벨문학상 4명, 인구 550만 나라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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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배경으로 얼굴을 감싸 쥔 사람('절규')을 그린 뭉크, 연극 역사상 최초로 신여성의 목소리를 낸 '인형의 집'의 입센,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욘 포세…. 모두 노르웨이가 낳은 예술가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1893) 사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1893) 사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서쪽으로 10만㎞가 넘는 긴 해안을, 동쪽으로 스웨덴을 두고 있는 인구 550만 작은 나라 노르웨이. 여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를 부른 가수 '오로라'부터 DJ 앨런 워커까지,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자만 4명이다. 왜일까.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에게 물었다.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만났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서점에 2023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안내문과 함께 욘 포세의 작품이 진열돼 있다. 홍지유 기자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서점에 2023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안내문과 함께 욘 포세의 작품이 진열돼 있다. 홍지유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네 명, 인구 대비 대단한 성과다.  
욘 포세를 제외한 수상자 3인(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 크누트 함순, 시그리드 운세트)이 모두 1900년대 초에 상을 받았다. 당시 노르웨이 인구는 200만 명에 불과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문학을 사랑한다. 국민 1인당 연평균 15권의 책을 읽는다. 특히 여름에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이 보편적인 취미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노르웨이대사가 지난 21일 성북동 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노르웨이대사가 지난 21일 성북동 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왜 노르웨이 문학인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 많다. 욘 포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이 대표적이다. 노르웨이에서만 50만부가 팔린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은 저자가 알코올에 중독된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자전적인 소설인데, 일상의 고통을 지독할 만큼 치밀하게 그려냈다. 입센의 작품은 오랜 시간 문화를 뛰어넘어 통찰을 준다. 노라의 성장을 그린 ‘인형의 집’은 1800년대 쓰였지만 지금까지도 울림이 있다. 
노르웨이는 어떻게 예술을 진흥해 왔나 
2차 대전 이후 나라를 재건하면서 예술 진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전쟁의 교훈으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화두가 됐고 많은 예술가가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예술 접근권'이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의 하나로 인식됐다. 
정부의 문학 진흥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나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 문학을 해외로 알리기 위해 산하에 노르웨이 문학원(Norwegian Literature Abroad·NORLA)을 두고 있다. 노르웨이 도서를 번역 출간하는 해외 출판사와 번역가들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밖에 추천할 작가는
요슈타인 가아더의『소피의 세계』시리즈를 추천한다. 방대한 서양 철학을 소설로 풀어낸 작품이다. 14살 소녀 소피가 의문의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플롯이 아주 재밌어 철학을 '공부'한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철학사에 빠져들게 한다.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이 헨리크 입센의 연극 '욘'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배우 정아미, 이남희(왼쪽부터)의 모습이다. 사진 서울시극단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이 헨리크 입센의 연극 '욘'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배우 정아미, 이남희(왼쪽부터)의 모습이다. 사진 서울시극단

한ㆍ노르웨이 수교 65주년을 맞은 올해 서울 곳곳에서 노르웨이 예술을 만날 수 있다. '현대극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크 입센의 연극 '욘'(29일~다음 달 21일, 세종문화회관), 욘 포세 줌 강연(다음 달 23일, 교보문고 주최)이 열린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에드바르 뭉크: 절규를 넘어서' 전시에서는 회화, 판화 등 뭉크의 작품 14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절규' 채색 판화본(1895)이 나온다.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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