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국내 넘어 해외로…순대를 파인다이닝 메뉴로 올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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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노멀을 만드는 F&B 리더들 ⑦ 희스토리푸드 육경희 대표

 건강한 순대를 만들어,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13년 전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 [사진 희스토리푸드]

건강한 순대를 만들어,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13년 전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 [사진 희스토리푸드]

코로나 팬데믹부터 배달의 일상화, 한식을 바라보는 세계적 관심까지. 최근 10년간 F&B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바뀌었다. 그래서, 백기를 들고 떠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맷집을 키우며, 성장한 사람도 있다. ‘순대실록’ ‘핏제리아오’를 운영하는 희스토리푸드의 육경희(61) 대표는 위기를 버티며 하나씩 자신만의 꿈을 이뤘다. 2011년 대학로의 순대 전문점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든 그는 이제 한국을 넘어, 일본에 한국의 순대를 알리고 있다. 시장이나 길거리 음식으로 알려진 순대를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의 메뉴로 올리겠다는 13년 전 바람도 이뤘다. 지난 12일, 대학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코로나다. 누구도 겪지 못한, 그야말로 팬데믹이었으니까. 본래 백년가게를 목표로 직영점 체제로 사업을 했는데,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인이 매장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2년 간의 준비해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하려던 때였다. 2019년초 사업설명회를 열고 점주를 모았다. 몇곳의 매장이 오픈을 준비 중일 때 코로나가 터졌다. 갈수록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점주들은 ‘금방 끝날 것’이라며 매장을 열겠다고 했다. 그런데 본점 매출이 90%이상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점주들을 설득해 계약을 해지했다. 가맹비도 돌려줬다.”
코로나를 버텨낸 동력은.
“20년 든 보험도 해약하고, 대표인 나는 월급를 내놔야할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혼자만의 회사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다행히 코로나 전부터 배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배달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읽으며 간편식(HMR)를 준비하고 있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했다. 코로나 이전의 계획도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뤄뒀던 가맹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가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해외에 우리 순대를 알리겠다는 꿈을, 일본을 시작으로 이뤘다.”

코로나가 일본 진출의 계기가 된 건가.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본에 있는 지인의 부탁으로 순대스테이크(사진①)를 보냈다. 지인이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또 먹고 싶다’는 반응을 전해주며 수출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수출은 과정이 까다로워서 직접 일본에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공장을 찾아나섰다. 수시로 일본을 방문해 운 좋게 5대째 육가공을 해온 소시지 장인을 만나 레시피를 전수했고 한국과 같은 맛을 내는데 성공했다. 2023년초,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 현지 반응은.
“도쿄의 유명 한식당 등에서 판매하는데 인기가 많다. 현지에서는 ‘건강한 음식’이라며 좋아한다. 무엇보다 순대라는 음식에 선입견이 없어서 다양하게 즐긴다. 일본의 미쉐린 스타셰프인 스가 요스케가 운영하는 바에서 순대도그(순대스테이크를 짧게 만든 형태·사진②)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프렌치 셰프가, 우리의 순대로 메뉴를 만든 것을 맛보며 오랜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 반응이 좋아 더 활발하게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한식 도시락 브랜드 ‘아리스델리 바이 순대실록’을 준비 중이다. 순대와 떡볶이부터 제육볶음까지 우리 음식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 미스코시 백화점에서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팝업을 여는데, 도시락도 이때 만날 수 있다. 또 일본에서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고 홈쇼핑도 준비중이다.”

순대실록 하면 많은 이들이 먼저 떠올리는 메뉴가 ‘순대스테이크’다. 전통 순대를 연구한 후,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맛을 찾던 육 대표는 2013년 견과류 등 28가지 재료를 넣고 팬에 구워내는 순대스테이크를 개발했다. ‘소시지도 아닌 순대를 왜 굽냐’는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보인 메뉴인데, 방송에 잇따라 소개되며 순대실록을 알리는 발판이 됐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순대를 연구했고, 최근엔 연이어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바로 탄수화물 함량은 낮추고 단백질 함량을 높인 키토순대와 식물성 대안육을 활용한 비건순대다. 키토 순대는 출시를 앞두고, 이달 초 식문화 커뮤니티 서비스 ‘지글지글클럽’ 회원 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식 평가에서 95%의 참여자가 구매 의사를 밝혔다.

계속 새로운 순대를 개발하는 이유.
“비건과 키토 모두 최근 F&B 업계의 주요 키워드다. 무엇보다 여전히 순댓집에 못 오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에게 순대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일찌감치 대안육 시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대안육을 선보여온 신세계푸드에서 협업 제안이 와서 비건 순대를 공동개발했고, 이달 초 ‘유아왓유잇 식물성 순대볶음’ 출시했다. 순대의 주요 원료인 선지를 대두단백과 카카오 분말로 대체하고, 순대실록의 양념을 사용했다.” 
순대의 매력은.
“안에 무엇을 채우는지에 따라, 또 어떤 소스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계가 없는 음식이다. 지난해 장어요리 전문점 ‘풍천가’, 프렌치 와인바 ‘라핀부쉬’ 등 핫플로 꼽히는 식당과 팝업을 했다. 순대실록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리기 위해 진행했는데, 프렌치 소스와 곁들이고 장어탕에 순대를 넣어 내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지난해 연말엔 국내 셰프 10여명을 초청해 순대 만드는 법과 활용법을 소개했다. [사진 희스토리푸드]

지난해 연말엔 국내 셰프 10여명을 초청해 순대 만드는 법과 활용법을 소개했다. [사진 희스토리푸드]

앞으로 계획.
“지난해 연말, 순대연구소에 이타닉가든·온지음·소울·솔밤 등 한국의 미쉐린 스타 셰프 10여명을 초대해, 전통 순대부터 소순대까지 순대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이야기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강조한 것이 ‘셰프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순대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셰프들의 손끝에서 탄생할 순대가 정말 기대된다. 앞으로도 순대를 알리고 그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다. 뉴욕과 파리라고 못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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