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5학년 담임교사인 A씨는 자리를 정할 때 학생들의 시력을 고려한다. 학생 26명 중 9명이 안경을 쓰고 있고, 다른 일부 학생들도 ‘칠판이 잘 안 보인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A씨는 “자리를 고르게 섞는 게 공평하지만, 눈이 나쁜 학생은 앞쪽에 앉아야 수업에 집중하기가 좋다”며 “칠판을 볼 때 눈을 찡그리는 학생은 수첩에 따로 적어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을 건강 검진한 결과 10명 중 5명(56%)이 ‘시력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0.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시력 이상이란 안경 등으로 시력을 교정하고 있거나, 맨눈의 시력이 한쪽이라도 0.7 이하인 경우다.
28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 건강검사는 표본으로 선정된 1009개교의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전국 800개 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에게 흡연·음주·신체활동 등 현황을 살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시력 이상’ 비율은 29.6%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3년(25.7%)과 비교해 약 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중1은 68%, 고1은 75.3%가 시력 이상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사용이 많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3년마다 조사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경험률은 지난해 남학생 24%, 여학생 32.3%로 2020년보다 각각 2.8%포인트, 2.3%포인트 높아졌다.
신체활동 늘고, 과체중·비만 감소세
다른 건강 지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전반적으로 회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학생의 비율은 지난해 29.6%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앞서 과체중·비만 학생 비율은 2019년 25.8%에서 2021년 30.8%로 5%포인트 증가한 바 있다. 팬데믹 기간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줄고 배달음식 등 고열량 식품 섭취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과체중·비만 학생 비율은 읍‧면 지역(34.4%)이 도시(28.7%)보다 높았다.
학생들의 신체 활동도 많아지는 추세다. 하루 60분 주5일 이상 신체 활동하는 비율은 지난해 남학생 24.6%, 여학생 9.2%였다. 1년 전보다 각각 1.2%포인트, 0.4%포인트 늘었다. 주 3일 이상 근력운동(팔굽혀펴기‧역기‧아령 등)하는 비율도 1년 새 남학생 37.7%→38.5%, 여학생 10.1%→11.7%로 높아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교를 중심으로 신체활동 기회가 많아진 결과”라며 “제2차 학생건강증진기본계획(2024~2028)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학생건강증진기본계획은 학교 체육 활동 일상화와 관련 인프라 확충, 정신건강 취약 학생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 개인위생도 신경 써야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도 다소 개선됐다. 최근 1년 사이 2주 내내 우울감을 경험한 청소년은 남 21.4%, 여 30.9%로 2022년보다 각각 2.8%포인트, 2.6%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스트레스 인지율도 남학생(36.0%→30.8%)과 여학생(47.0%→44.2%) 모두 내려갔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023년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하향되고 일상을 회복하면서 청소년의 신체활동과 정신건강 지표는 1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시기 경각심이 높아졌던 개인위생 관리에는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비누로 손을 씻는 중·고등학생은 1년간 2.3%포인트(2022년 84.4%→2023년 82.1%) 감소했다. 학교에서 점심식사 후 항상 또는 대부분 양치하는 남학생은 지난해 18.7%로 3년째 10명 중 2명에 못 미치고 있다. 여학생은 34.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