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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부실 위기론…악성 미분양 사들일 'CR리츠' 재도입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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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동주택에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동주택에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뇌관이 돼 건설업계가 크게 흔들릴 것이란 ‘4월 위기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가 10년 만에 재도입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를 3조원 규모로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정부는 2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공사비 상승, PF 위축, 미분양 누적 등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정부는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건설업계 활성화를 위해 썼던 정책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최근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1363가구로 1년 전(7546가구)보다 2배가량 늘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처음 시행한 CR리츠를 재도입한 것이다. CR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용하고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미분양 2200가구, 2014년에는 500가구를 CR리츠가 매입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는 30% 이상 손실을 볼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CR리츠를 통해 손실 규모를 7% 내외로 줄였다. 투자자는 연 6~7% 안팎의 수익을 거뒀다.

정부는 CR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도록 내년 말까지 매입한 준공 후 미분양에 한해 취득세 중과배제를 적용하고,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를 지원하는 등 세제 지원책을 마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CR리츠는 미분양을 임대하다가 업황이 좋아지면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LH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3조원 규모)를 매입한다. 여기에는 토지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뒤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이 적용된다. 매입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로 상한을 뒀다. 브릿지론 단계(착공 전)에서 사업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은 LH 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가 인수하는 등 사업 재구조화도 지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CR리츠와 LH 토지매입은 사업성 중심으로 매입하거나 가격조정을 현실적으로 해서 매입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PF 관련 지원도 확대한다.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PF대출 대환보증의 신청기한을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준공 3개월 전까지 신청)할 방침이다. 준공 전 미분양 PF보증 요건 중 분양가 5% 할인을 폐지하고,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대상 PF보증도 신설한다.

세종시 집현동(4-2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

세종시 집현동(4-2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

공사비 현실화를 통한 건설업계 지원책도 내놓았다.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직접 공사비(자재비·인건비 등) 산정기준을 시공여건에 맞게 개선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15~20% 상향할 계획이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공사비 조정도 진행한다. 특히 민간참여 공공주택 공사비는 지난해보다 15%가량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

아울러 최근 유찰이 빈번한 기술형 입찰 개선방안도 마련했다. 기술형 입찰은 300억원 이상의 고난도 공사에 주로 적용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유찰된 기술형 입찰의 발주금액이 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미 유찰된 대형 공사의 경우 수의계약 진행 등을 통해 상반기 중 공사(3조원 이상 규모)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3기 신도시 조기 착공을 유도하고, 재개발·재건축 시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공공에 제공하는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상향 등 규제 개선도 진행할 방침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항간에 도는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은 실체가 없다”면서도 “다만 건설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고, 이에 해소 방안 마련한 것으로 ‘4월 위기설’을 불식시키는 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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