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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예비 처가에서 생긴 일, 개구리 반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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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개구리

겨울잠 자던 동물이 이제 봄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났다. 동면에 들어갔던 개구리도 예외가 아닌데 중국 일각에서는 때가 왔다며 입맛을 다시는 이들도 없지 않겠다.

모두는 아니지만 중국에는 개구리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 북경만 해도 전통시장 심지어 대형 마트에서 커다란 황소개구리를 식용으로 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음식점에서 별미 요리로 먹는 정도가 아니라 집에서 가정식으로도 즐겨 먹는다는 소리다.

물론 우리도 개구리를 먹었다. 시골에서 자란 중년층 이상이라면 논두렁에서 잡은 개구리 뒷다리를 간식으로 구워 먹었던 경험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개구리 식용 문화가 크게 낯설 것도 없다. 다만 식당에서, 그리고 집에서 요리까지 해 먹는다는 게 이질적일 수는 있다.

어쨌든 중국은 다리 넷 달린 것 중에 식탁 빼고 다 요리해 먹는다고 할 만큼 별별 식재료를 다 먹는다는데 왜 그렇게 특이한 음식을 먹는지 개구리를 통해서도 그 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개구리 요리는 양자 강과 그 이남, 옛날식 표현으로는 강남에서 즐겨 먹는다. 지금의 후난 성, 광둥 성, 저장성 등이 되겠고 쓰촨 성도 포함된다. 강과 호수, 그리고 논을 포함한 습지가 많은 자연환경 때문에 생긴 음식문화가 아닌가 싶은데 이해를 하건 오해를 하건 그것은 각자의 몫이겠고 중국을 이해하려면 그 음식문화의 배경은 알아 두는 것이 좋겠다.

예전 중국에 유학 가서 후난성 출신 아가씨와 사귄 한국 청년이 있었다. 결혼을 약속하고 후난 성 시골의 예비 처가를 찾아 장인, 장모께 인사를 드렸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사윗감이 찾아오면 푸짐하게 음식을 장만해 대접하는 것이 풍속이다. 며칠 머무는 동안 점심, 저녁으로 다양한 개구리 요리를 내오며 맛있다고, 몸에 좋다고 권했는데 싫다는 말도 못 하고 먹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 언제부터 이렇게 개구리를 즐겨 먹었을까? 일각에서는 서양의 황소개구리가 중국에 전해지며 관련 요리가 발달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국의 개구리 식용 역사는 훨씬 오래전부터다. 물론 개구리 뒷다리야 닭고기와 비슷해 맛도 좋고 양질의 단백질이니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먼 옛날부터 먹었겠지만 문헌에 기록으로 보이는 것은 4세기 무렵이다.

진(晉) 나라 때 춘추전국시대 이래 이어져 내려온 도교 이론을 집대성했다는『포박자』에 임금은 그릇, 신하를 물건에 비유하며 그릇이 작으면 큰 물건을 담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이에 빗대어 월(越) 나라 사람들은 팔진미를 버리고 개구리 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기록이 보인다.

북방 한족이 지금의 남방 한족인 남인(南人), 다시 말해 월나라 사람을 멸시하는 내용으로 남방의 음식문화인 개구리 식용 문화까지 싸잡아 얕보면서 음식의 가치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미개인 취급을 한 것이다.

이랬던 진나라가 북방 한족이었지만 5호 16국 시대에 북방의 유목 민족에 쫓겨 중원을 잃고 양자강 일대 강남으로 밀려 내려오면서 개구리를 포함한 남방 음식문화에 동화된다.

일례로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한유가 지금의 광둥 성 조주(潮州)에 자사로 내려가 머물면서 친구인 시인 유종원에게 개구리를 먹다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다. 처음에는 삼킬 수조차 없었는데 점차 조금씩 먹게 됐다는 내용이다. 조주는 예나 지금이나 음식은 광주가 으뜸(食在廣州)이라는 광둥 요리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한유가 살았던 9세기 무렵에도 이곳에서는 이미 개구리 요리가 미식으로 유명했던 모양이다.

당송팔대가로 꼽히는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미식가로도 이름을 날렸던 한유 같은 인물이 먹으며 퍼트렸기 때문인지 이후 중국에서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구리 요리가 보인다.

중경을 비롯한 쓰촨 성에서는 연어 머리와 함께 요리한 개구리 뒷다리 훠궈(美蛙魚頭)가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저장성 항주에는 황소개구리 숯불구이(炭烤牛蛙)가 있다. 또 후난 성의 개구리볶음(蛙來噠)도 유명하다.

청나라 때는 만주족 황실에서도 개구리 요리를 즐겼던 듯싶다. 이른바 만한전석에 만주 요리로 곰 발바닥, 철갑상어 등과 함께 개구리 요리도 올랐다고 하니 한족 관리들에게 황실 음식으로 주목받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구리 요리는 중국에서 몸에 좋은 음식(養生菜)으로 대접받았고 명나라 의학서 『본초강목』에도 그 효과에 대해 수십 차례나 언급하고 있다.

후난 성 시골의 예비 처가에 인사 갔던 한국 청년이 난감해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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