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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기고] 중소·중견기업 임금체계 개편의 과제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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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김동배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동배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정부는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통큰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높은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는 물론 임금체계 메타모델을 개발·제공하고, 한국형 직업정보시스템 역시 개발해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시장 임금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일각에서는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임금체계에 대한 오해가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고 중견·중소기업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성을 잘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임금체계 개편을 직무급 도입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 내려 있는 듯하다. 중소·중견기업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지원은 정부의 직무급 도입 시도라며 의심하는 것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다. 임금체계에는 사람(숙련·역량)에 직무를 맞추는 방식과 반대로 직무에 사람을 맞추는 방식의 두 가지 접근이 있다. 전자는 사람 기반 임금으로서 숙련급이나 역량급이 있고 후자는 직무 기반 임금으로서 직무급이 있는데, 대부분 현실의 임금체계는 두 가지 접근의 혼합이다. 기업 내 직군별로 보면 생산직이나 엔지니어 직군의 경우에는 사람 기반의 숙련급이나 역량급이 적합하지만 관리직이나 단순 행정의 경우 직무 기반의 직무급이 더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임금체계의 이상형이나 최선의 임금체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해당 기업 특성에 ‘적합한’ 임금체계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진실만 존재한다.

이상과 같은 오해들을 불식하고 중소·중견기업 임금체계 개편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왜 임금체계 개편인가에 대한 답은 ‘사람을 통한 생산성과 혁신성 제고’가 적절할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단순히 기본급 테이블을 바꾸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상호 보완성이라는 용어처럼 고용시스템의 제반 요소들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임금은 머리가 아니라 숙련·역량 개발 및 일하는 방식을 지원하는 꼬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임금 테이블만 바꿔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조달과 숙련 개발, 그리고 이러한 인재들이 개선과 혁신에 자율적으로 몰입하도록 하는 일하는 방식 설계를 중심에 두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임금체계 설계를 연구하고 찾아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 고용시스템의 비전을 높은 자율성을 가진 고숙련공들의 학습과 혁신의 공동체로 설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적합한’ 임금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임금체계를 기본급에 한정하지 않고 성과 배분을 포함해서 광의의 임금제도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학습과 혁신의 생산 공동체를 유지하고 직원의 헌신과 몰입을 끌어낼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공동체의 성과, 즉, 경영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성과 배분은 근로자 제안이나 공정 및 기술혁신을 촉진한다. 컨설팅 지원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사의 커밋먼트와 컨설팅 과정에서 노사의 주도성이 담보되도록 프로세스를 잘 설계하는 것도 주요 포인트다. 중소·중견기업이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생산성과 혁신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이는 일터 노사 당사자의 행복만이 아니라 대·중소 이중구조의 완화와 함께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국가 경제의 활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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