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책임감 있는 유권자 한 표가 정치 바로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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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정치는 경제 성장에 못지않은 압축 성장을 경험했다.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민주화 성공 과정에서 김영삼·김대중 등 큰 족적을 남긴 정치인들의 유산인 ‘보스 정치’의 해체와 새로운 민주적 리더십의 형성은 매우 중대한 과제였다.

지난 30여 년의 노력으로 보스 정치의 해체는 상당히 진척됐다. 하지만 새로운 민주적 리더십의 형성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여야 정당에서 독선적 리더십이 계속 논란이 되고 제왕적 대통령제도 한국 정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야 독선적 리더십 문제 여전해
정당 내부 불안정성 갈수록 커져
후보와 정당 잘 비교해 투표해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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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강화해 민주적 리더십이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헌이나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문제를 푸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선거다. 민심이 선거를 통해 드러나는 현실에서 보름 남짓 남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28일 선거운동이 공식 시작된 22대 총선은 역대 총선과 다른 특징이 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민주당과 지난 2022년 20대 대선에서 박빙의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이 진검승부를 펼친다는 점, 양대 정당 이외에 두 정당에서 이탈한 인물들 중심의 군소 정당들이 주목받는 점, 제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창당된 조국혁신당이 선거에 참여하는 점, 비례 위성정당이 연대의 형식으로 구성되면서 급진주의 성향이 매우 강해진 점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 정치가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불안정성을 보임을 의미한다. 양대 정당 모두 내부의 안정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이탈자들이 적지 않았고, 급기야 이들은 별도 정당을 구성하게 됐다. 조국혁신당의 출범이나 더불어민주연합의 내부 구성도 이런 불안정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총선 이후에 더 심각한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제 와서 22대 총선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유권자인 국민이 중심을 잡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기준이 참고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며, 최종적인 책임자도 국민이다.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뽑아 일을 시키겠다는 것이지, 대표자를 모셔서 주권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후보자와 그를 추천한 정당을 무조건 추종하고, 신뢰할 것이 아니다. 여러 후보와 정당을 비교하면서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유권자가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국민이 뽑은 정당 및 후보자의 권력 오·남용으로 인해 “이게 나라냐”는 한탄을 또다시 되풀이할 수 있다.

둘째, 총선으로 모든 국정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총선 결과가 국정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과연 어떤 후보자가, 어떤 정당이 국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후보자 개개인의 이력을 조사하라는 것도, 정당의 당헌이나 강령을 직접 확인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후보자의 기본적 성향과 능력, 정당의 성격과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각종 불법과 비리로 인해 임기를 채우기 어려운 후보, 급진주의적 행태로 인해 국정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큰 후보나 정당에 대해선 더더욱 신중한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후보의 당선이나 급진주의의 확산은 한국에서 정의에 대한 공감대를 약화하고,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확산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 밖에 후보자를 보고 투표할 것인지, 아니면 소속 정당을 보고 투표할 것인지도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려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선호하지 않는 정당의 후보자라도 한국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갈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투표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총선이 10여일 남았다. 이제 국민이 한국의 민주정치를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지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일만 남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