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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회장 “65세 정년은 오스만제국 때 고정관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래리 핑크

래리 핑크

“65세를 적정 은퇴 연령으로 여기는 건 좀 이상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71·사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6일 공개한 연례 주주 서한에서 미국 은퇴자들의 노후를 걱정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오스만 제국에서 시작한 고정관념(65세 적정 은퇴 연령)을 (지금도 갖는 건) 좀 이상하다”며 “지난 120년 동안 인류가 변했고, 은퇴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속한 고령화로) 은퇴 시스템이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 방법의 하나로 “자신이 원한다면 더 오래 일하는 것”을 들었다.

핑크 회장은 서한에서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사실상 한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연금 고갈 문제 등과 맞닿아 있다.

그는 65세 정년과 관련해 “(미국에서) 1910년대 직장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65세가 되기 전인 1952년에 이미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며 “이것이 과거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했던 방식”이라고 짚었다.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은퇴해 보험금을 받을 때까지 살지 못했기 때문에 연금 고갈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단 얘기다. 하지만 이젠 미 사회보장제도가 고령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은퇴 연령을 상향시키는 것 말곤 해법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네덜란드는 2014년 사회대협약을 통해 65.2세이던 정년을 올해까지 67세로 늦췄다.

핑크 회장이 심각하다고 바라보는 미국의 평균 은퇴 연령은 62세, 기대수명은 77.5세(2022년 기준)다. 그런데 한국은 한층 심각하다. 지난해 3월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은퇴 연령은 2012년 53세에서 2022년 49.3세로 오히려 후퇴했다. 반면 기대수명은 82.7세로 미국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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