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흔든 비동의간음죄…野 "실무진 착오" 與 "새빨간 거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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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광장에서 기자회견 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광장에서 기자회견 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공약에 포함했다 삭제한 비(非)동의간음죄 정책이 선거 막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27일 “실무적 착오”라며 공약을 철회했으나, 국민의힘은 “그건 실수일 수가 없다. 민주당이 이런 공약을 낸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불을 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선관위에 제출된 정책공약에 비동의간음죄가 포함된 것은 실무적 착오”라며 “비동의간음죄는 공약준비 과정에서 검토됐으나 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당론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14일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정책에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형법 제297조 강간죄 개정”이라는 공약을 넣었다. 24일 발간한 총선 정책자료집에도 똑같은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10대 정책과 정책자료집에서 해당 공약을 삭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전날 “비동의간음죄가 도입되면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닌 혐의자에게 있게 된다.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비판한 지 하루만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하문화의거리를 찾아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하문화의거리를 찾아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해명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2020년 총선 10대 공약에도 ‘비동의간음죄 검토’가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 거리 인사에서 “저보다 범죄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법은 잘못됐다. 억울한 사람이 감옥 가기 쉽기 때문”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비동의간음죄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을 ‘성관계 동의 여부’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현재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강간죄를 인정하는데, 여성단체에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동의 여부’를 강간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강간죄 성립 여부가 그때그때 달라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피해자의 태도 변화에 따라 처벌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비동의간음죄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020년 펴낸 『형사법의 성편향』 개정판에서 “여성의 동의 여부가 범죄 성립의 관건인데, 이 판단이 쉽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최근 몇 년간 정치권에선 비동의간음죄 이슈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공개했다가, 법무부가 “반대 취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히자 9시간 만에 발표 내용을 바꿨다. 20대 국회에서 10건의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3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것 역시 2030 남녀 간 대립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민주당이 비동의간음죄 공약을 철회한 게 2030 남성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건 옳고 그르고를 떠나 폭발력이 큰 이슈”라며 “현재 흐름이 나쁘지 않은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수습에도 파장은 커지는 모양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동의간음죄 도입은 모든 성관계를 국가 형벌권이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지아 녹색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성별 갈라치기 정치와 이에 휘말린 민주당의 우왕좌왕 행보로 거대 양당 어디에도 ‘여성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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