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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TV서 블러 처리된 외국인의 청바지…"이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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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 가려진 외국인 출연자의 청바지. 조선중앙TV=연합뉴스

흐릿하게 가려진 외국인 출연자의 청바지.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국영방송을 통해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외국인 출연자가 입은 청바지를 검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25일 방영한 영국 BBC방송의 TV 프로그램 '정원의 비밀'에 따르면 출연자인 앨런 티치마쉬가 정원의 흙바닥 위에 무릎을 꿇은 채 식물을 가꾸는 방법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그의 바지 부분이 블러(blur) 처리됐다. 다만 바지의 파란색은 그대로 나타나 그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점은 식별이 가능하다.

청바지에 대한 검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시작한 '악성적 서구 문화' 퇴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보인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은 청바지를 미국 제국주의 상징이라고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착용도 엄격히 금지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금지 조치는 북한을 방문하는 서방국 관광객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전문가인 피터 워드는 NK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수년간 관광객에게 거의 모든 서양식 의상을 입는 것을 허용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외국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르주아 문화'와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자본주의 국가들이 북한을 약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라고 지목해왔다.

실제 통일부가 지난달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도 스키니진 등을 입을 경우 바지를 찢기거나 잘리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탈북민의 전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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