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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5조 넘게 판 KB…'자율배상' 내부 절차 들어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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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KB국민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자율 배상을 위한 내부 절차에 들어갔다. ELS 판매액이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사실상 자율 배상으로 수용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5대 은행 모두가 금감원 자율 배상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

KB銀, 29일 이사회서 자율 배상 결정

26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비공식 이사 간담회를 열고 자체 추산한 자율 배상안을 이사진에게 1차 보고했다. 금융감독원이 앞서 밝힌 배상 기준안에 따라 내부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를 이사진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다만 이날 자율 배상에 대한 최종 결의까진 가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은 ELS 배상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금융사였다. 올해 상반기 전후에 만기가 돌아오는 2021년 1~7월 판매 ELS 계좌만 8만개가 넘고, 판매액도 약 5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배상 절차가 다른 은행에 비해 복잡하고, 법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았다. 또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서도 KB국민은행의 배상 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된 것으로 알려진 점도 변수였다.

다른 은행도 자율 배상 수순…2조 예상

하지만 KB국민은행이 자율 배상을 위한 내부 절차를 밟으면서, 사실상 5대 은행 전부가 자율 배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 22일 ELS 판매액이 400억원대로 가장 작은 우리은행이 처음 이사회를 열고 자율 배상을 결정했다. 27일에는 하나은행, 28일에는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29일에는 신한은행이 역시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배상액은 손실 50% 규모에서 금감원이 밝힌 20~60% 범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평균 배상비율은 약 40%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ELS 투자해 500만원의 손실을 본 사람이 40%의 배상비율을 받으면, 손실액 500만원의 40%인 2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이사회에서 자율 배상이 결정되면 최대 1조원의 충당금을 쌓아 둔 뒤, 이 금액을 바탕으로 배상에 나설 예정이다. 자율 배상으로 손실이 확정되면 미리 쌓아둔 1조원의 충당금을 깎는 방식이다. 다른 은행들의 배상금 규모까지 포함하면 전체 은행의 배상액은 약 2조원에 달할 수 있다.

“제재·과징금보다 배상 유리 판단”

은행권이 자율 배상에 전향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금감원의 압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지난 11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불완전 판매 사례는 개별 판매사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특히 은행은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ELS 불완전 판매책임을 은행 본사 차원으로 돌리면서, 향후 제재와 과징금 부담이 커졌다.

은행·증권사 ELS 판매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은행·증권사 ELS 판매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본사 차원의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우리는 금감원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재와 과징금 리스크를 안고 시간을 끄는 것보다 고객 신뢰 회복 차원에서 자율 배상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배상에 따른 충당금 부담을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이 더 낫다는 내부 의견도 빠른 결정의 배경이 됐다.

이르면 다음 달 첫 배상 나올 듯

5대 은행이 자율 배상 수용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이르면 다음 달 첫 번째 배상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은행들이 자체 검토안을 바탕으로 손실 고객에게 배상안을 제시하면, 고객은 이를 수용할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만약 배상안을 거부하면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기다리거나 개별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자율 배상과 별도로 금감원은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도 빠르게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제재 절차 전에 자율 배상을 하면 제재 감경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자율 배상이 확정되면 제재 수위는 낮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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