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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크리스티 탠의 마켓 나우

‘채권 르네상스’ 기대감 커지는 미국 시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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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크리스티 탠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전략가

크리스티 탠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전략가

미국 채권시장 환경은 당분간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높은 수익률, 유동성 증가, 그리고 인플레이션 하락 덕분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하락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채권을 통한 분산투자 효과를 회복시키고 있다.

과거 채권 가격 추이에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발견된다. 첫째,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 현상은 채권시장에 리스크를 초래하지만 보통 단기에 그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하기 전에 발생하곤 했다. 과거에도 긴축 사이클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고 수익률 곡선이 역전돼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베어 스티프닝 이후 ‘불 스티프닝(bull steepening,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이 따랐던 것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단·장기 금리를 모두 하락하게 만들면서 채권 투자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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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1차원적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은 소위 ‘펫 테일(fat tail)’이라 불리는 극단적인 관측 때문에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금리 선물시장이 반드시 대다수 시장 참가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이 평균을 중심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몰라도 현재는 그렇지 않다. 옵션시장 움직임은 향후 연방기금 금리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확률 분포의 단서가 될 수 있는데, 여전히 펫 테일의 존재를 보여준다. 현재 채권 가격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가격은 연준이 올해 언젠가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질 금리의 상승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지금 채권시장에 투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채 공급을 촉진하는 미국 정부의 높은 재정 적자는 시장의 채권 선호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예산은 양호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을 맞은 것처럼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금리 인하에 대한 공격적이고 성급한 시장의 반응으로 초래된 변동성 증가는 잠재적 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 이처럼 국채 공급 증가가 하나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양적 긴축의 축소 내지 종료를 통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해서 본다면 리스크와 기회가 공존하는 현재 채권시장은 중기적 관점의 채권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섹터 전반의 양호한 수익률, 우량 채권의 잠재적 수익률을 증가시키는 금리 인하 가능성, 그리고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채권 분산투자 효과의 회복 등은 채권 투자의 매력도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크리스티 탠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전략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