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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우승 주역' 강상재·로슨 "정규리그 MVP 욕심나요...목표는 통합 우승"

중앙일보

입력

DB의 정규리그 우승 주역 강상재(왼쪽)와 디드릭 로슨. 사진 피주영 기자

DB의 정규리그 우승 주역 강상재(왼쪽)와 디드릭 로슨. 사진 피주영 기자

"시즌 전에는 아무도 원주 DB를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린 믿었어요. 해낼 자신도 있었죠."

 프로농구(KBL) DB의 주장 겸 포워드 강상재(30)와 외국인 에이스 디드릭 로슨(27·미국)은 "우승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한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지난 14일 수원 kt를 107-103으로 물리친 DB는 6경기(38승10패)를 남겨둔 상황에서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DB의 리그 우승은 2019~20시즌 이후 4년 만이자 구단으로선 7번째다. DB는 시즌 내내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뤄냈다. 최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만난 강상재와 로슨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친 덕분이다. 우리 중 한 명이라도 빠졌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깨동무를 했다.

김주성 감독과 우승 트로피를 든 주장 강상재(가운데). 뉴스1

김주성 감독과 우승 트로피를 든 주장 강상재(가운데). 뉴스1

 강상재는 DB 돌풍의 주역이다. 프로 7년 차인 그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4점(15위), 4.3어시스트(9위), 6.3리바운드(14위·이상 25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게 아니다. 김주성 신임 감독은 그에게 '캡틴'을 맡겼다. 강상재는 코트에서 팀이 흔들릴 때마다 동료들을 격려했다. 때론 쓴소리도 했다. 강상재는"새 감독님이 부임한 첫 시즌에 주장을 맡아 책임감을 느꼈다. 더구나 우리 팀이 지난 세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해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 부담이 컸는데 1차 목표는 달성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키 2m의 강상재는 시즌을 앞두고 포지션까지 바꾸는 모험을 감수했다. 토종 센터 김종규(2m7㎝)에 로슨(2m2㎝)까지 가세하면서 팀 내에 빅맨이 많았기 때문이다. 파워포워드는 물론 스몰포워드 역할까지 맡았던 강상재는 더욱 빨리 뛰기 위해 107㎏이었던 체중을 98㎏까지 줄였다.

강상재(왼쪽)와 로슨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DB 산성의 한 축을 맡았다. 사진 피주영 기자

강상재(왼쪽)와 로슨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DB 산성의 한 축을 맡았다. 사진 피주영 기자

 다이어트는 신의 한 수였다. 강상재는 한결 가벼운 몸놀림으로 코트를 누비며 리바운드는 물론 슛과 어시스트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됐다. 올 시즌 그의 3점슛 성공률은 리그 3위(41.8%)다. 장신 선수가 정확한 슛을 던지는 건 KBL에선 보기 드물다. 강상재는 "DB의 성적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 농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체중을 줄이면서 훈련을 했다. 완벽에 가까운 건 아니지만, 좋은 플레이로 우승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김주성 감독도 "강상재가 주장을 맡아 선후배를 잘 이끌었다. 실력까지 만개해 더욱 뿌듯하다"고 밝혔다.

 강상재가 DB의 '정신적 지주'였다면 로슨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로슨은 21.9점(6위), 4.5어시스트(8위), 9.7리바운드(6위), 1블록(5위) 등 공격과 수비 대부분의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로슨의 강점은 '한국형 외국인 선수'라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이타적인 플레이를 즐긴다. 무리한 슛을 던지는 법이 없다. 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패스한다.

경기 중 허슬 플레이를 펼치는 강상재. 뉴스1

경기 중 허슬 플레이를 펼치는 강상재. 뉴스1

3점슛을 던지는 로슨(오른쪽). 연합뉴스

3점슛을 던지는 로슨(오른쪽). 연합뉴스

강상재는 "농구 강국 미국 출신 선수는 KBL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선수들은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로슨은 코트 안팎에서 모두 훌륭한 인성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로슨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경기마다 40점 이상씩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농구는 팀 스포츠고, 우리 팀엔 나만큼 좋은 선수가 많다"면서 "올 시즌 고양 캐롯점퍼스에서 DB로 옮긴 것도 SJ(강상재)의 실력에 반해 같이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농구는 팀워크로 이겨야 진정한 승리"라고 밝혔다.

 강상재와 로슨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KBL은 오는 31일 정규리그가 끝나면 다음 달 4일부터 '봄 농구(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로슨은 "정규리그 우승은 잊었다. 다음 목표는 SJ와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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