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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적응기 거치는 소방수들

중앙일보

입력

새로운 LG 마무리 유영찬. 연합뉴스

새로운 LG 마무리 유영찬. 연합뉴스

"마무리 투수는 외롭다." 통산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은 그렇게 말했다. 젊은 마무리 투수들도 그 마음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LG 트윈스는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하면서 유영찬(27)을 새로운 클로저로 낙점했다. 좋은 공과 배짱을 지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호투를 펼친 적이 있다. 유영찬은 시범경기에서 네 번 등판해 4이닝 동안 안타 2개만 주고 삼진 7개를 잡았다.

한화 이글스와 개막 2연전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23일 경기(8-2승)에선 점수 차가 커 기회가 없었고, 두 번째 경기에선 1-4로 뒤진 8회 나와 채은성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KT 뒷문을 지키게 된 박영현. 연합뉴스

KT 뒷문을 지키게 된 박영현. 연합뉴스

LG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KT 위즈는 김재윤이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다. 그러면서 홀드왕에 오른 박영현(21)을 마무리로 이동시켰다. 이미 마무리 투수만큼 긴박한 상황에 많이 등판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에서 뜨거운 맛을 봤다. 2-2로 맞선 9회 초를 잘 막았지만, 연장 10회 1사 만루 위기에서 김현준에게 결승타를 내줬다. 다음 타자 류지혁에겐 볼넷까지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1과 3분의 1이닝 3피안타 2사사구 4실점. 지난 시즌 68번 등판해 3실점한 경기가 딱 한 번 있었는데, 올해는 첫 경기부터 대량실점했다.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을 맞은 두산 정철원. 연합뉴스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을 맞은 두산 정철원. 연합뉴스

두산은 지난해 막바지부터 마무리 역할을 한 정철원(25)의 보직을 유지했다. 풀타임 첫 마무리를 맡은 정철원이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3-3 동점이던 9회 몸맞는공을 2개나 주며 2사 만루에 몰렸고, NC 맷 데이비슨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다행히 다음날 경기에선 선두타자 박세혁에게 볼넷을 주긴 했으나, 후속타자들을 잘 처리해 6-3 승리를 지켰다. 그러나 4경기 연속 퍼펙트 투구를 펼친 시범경기와 비교해 제구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뒷문 때문에 불안한 팀은 세 팀 뿐만이 아니다. SSG 랜더스는 24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0으로 앞선 9회 초 6-6 동점을 허용했다. 지난해 세이브 1위에 오른 서진용이 지난 겨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미들맨 고효준과 노경은은 여전하지만, 베테랑인 두 선수에게 너무 많은 짐이 주어지면 시즌 후반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서진용의 복귀가 임박했지만, 빠르게 감각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대역전극을 노렸던 롯데도 웃지 못했다. 9회 말 등판한 마무리 김원중이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솔로포를 얻어맞고 결국 졌다. 김원중 앞에서 마운드를 지켜야할 구승민도 3분의 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해 오승환의 부담을 줄여준 삼성 라이온즈가 그나마 여유로운 편이다.

그래도 '신입 마무리'들에겐 시간과 여유가 주어질 전망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전반기까지는 적응기"라며 구원투수들에게 시간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지난해 조금 많이 던지긴 했지만, 박영현만한 마무리감이 없다"고 했다. 두산 역시 정철원이 시즌 끝까지 지켜주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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