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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00억 손실 '중국고섬 상폐'…국내 증권사 1심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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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 광둥성 광저우 소재 중국은행(BOC) 본사 전경. EPA=연합뉴스

중국 광둥성 광저우 소재 중국은행(BOC) 본사 전경. EPA=연합뉴스

투자자들에게 2000억원대 손실을 끼쳤던 ‘중국고섬(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 사태’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등이 중국계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 한정석)는 최근 한화증권과 IBK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이 중국은행과 교통은행을 상대로 “중국고섬 상장폐지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국·교통은행이 한화증권에 173억원, IBK증권에 20억원, 현대차증권엔 1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중국·교통은행은 중국의 대형 상업은행으로, 각각 고섬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거래은행이다.

중국 섬유업체 고섬은 지난 2011년, 증권예탁증서(DR) 형태로 코스피에 상장(IPO)했다. 공모주식 수는 3000만주, 공모가는 7000원이었다. 하지만 중국고섬은 상장 두 달 만에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며 거래가 정지됐고, 2년 뒤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중국고섬의 2010년 말 기준 재무제표에는 현금 및 예금 잔고가 11억 위안(약 2047억원)으로 기재됐지만, 실제 잔고는 9300만 위안(약 17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13년 고섬과 당시 대표주관사였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 한화증권에 각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2015년 중국·교통은행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해 2022년 1월 “미래에셋증권에게 348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동주관사와 인수회사로서 실권주를 떠안았던 한화증권과 IBK, 현대차증권도 2021년 10월 중국·교통은행에 손배소를 제기했다.

“속았다해도 사용자 책임져야”

중국·교통은행 측은 재판에서 “우리 직원은 은행조회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 서명도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은행조회서 등 위조·허위 작성은 고섬과 공모한 중국·교통은행 직원 또는 그로부터 지시를 받은 제3자에 의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교통은행은 불법행위에 가담한 직원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했다.

한화증권과 IBK, 현대차 증권은 고섬 실권주 674만주를 472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두 증권사가 고섬 상장 직후 매도한 123만주(52억원)를 제외한 나머지 551만주의 인수대금 385억원에서 처분액(45억원)을 뺀 340억원을 증권사의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또한 한화증권이 금융위로부터 부과받은 20억원의 과징금은 손배 책임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다. “과징금 부과 처분은 중국고섬의 거짓 기재를 방지하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것”이라서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한편, 고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거래소, 한화증권 및 감사를 맡았던 EY한영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는 원고일부승소로 결론이 난 상태다. 법원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담보제공 단기성 예금은 외부감사인의 감사나 검토를 거치지 않은 재무제표에 기재된 것인데도 적절한 검증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미래에셋증권의 손배 책임만 일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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