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를 예금창구서 파니, 안전상품 오해"…은행 판매관행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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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가 커지면서 은행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행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단일 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자산관리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홍콩ELS 판매사 검사 결과를 전달받아 고위험 상품 판매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위험 상품은 자산관리 특화 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제한하는 안, 은행 직원이 리스크를 충분히 숙지하고 판매할 수 있게 전문성을 강화하는 안 등이 거론됐다.

금융당국은 홍콩ELS가 은행 예금 창구에서 대중적으로 판매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예금 창구에서 상품을 권유받다 보니 금융 소비자들이 예‧적금처럼 안전한 상품으로 오인하고 가입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3년 전 홍콩ELS에 2000만원을 가입했다 원금 절반가량을 잃게 된 정모씨는 “암 진단 보험금을 예금하러 가 창구 상담을 받는 중에 홍콩ELS 가입을 권유받았다”며 “가입을 권유한 담당 직원은 가입 기간 중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창구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기 고객이 많은 시간대에는 오랫동안 자세히 설명할 여유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2023년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손익구조가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38.4%가 “판매 직원이 설명은 대충 하면서 서류에 필요한 서명부터 우선 안내했다”고 답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2023년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 일부.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2023년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 일부.

업계에선 단일 상품 판매에만 집중하는 영업 관행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고객의 보유자산이나 투자위험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없이 판매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상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진다면 상품 집중으로 인한 투자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투자 상품 선택지를 제공하는 자문형 영업 방식이 대안으로 꼽힌다. 은행이 고객의 재산 상황이나 기존 위험자산 보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원하고, 고객은 관리 비용을 지불하는 식이다. 구 위원은 “은행은 전사적 차원에서 자문체계를 구축해 투자전략을 마련하고 고객은 자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은행-고객 간 소통과 책임이 분명해진다”며 “고객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영업문화가 확산돼 사후분쟁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이런 자산관리 서비스가 소수 고액자산가 고객에게 편중돼 있지만, 서비스 대상을 대중적으로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도 "은행의 미래는 자산관리 서비스"라며 "자산관리로 영업의 무게 중심 제대로 옮겨지지 않으면 은행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금융소비자들이 자문 수수료 체계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대중적인 자문형 영업이 확장되는 데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2023년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상품 선택을 위해 자문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46.7%가 적정한 자문 수수료 액수로 ‘5000원 미만’을 꼽았다. 아직까진 자문 수수료로 큰 금액을 지출할 의사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자문서비스 대상 금액과 기대수익에 의해 수수료율 책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적정한 서비스 수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위원도 “고객이 자산 정보 공유를 기피하는 것 등도 자문형 영업으로의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소”라며 한계점을 짚으면서도, “자문을 통한 투자위험의 성공적인 관리는 전체 국민의 금융자산 축적을 도모하는 등 거시금융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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