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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뒤 외계인 침공, 그에 대처하는 우리 자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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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삼체’.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각색과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 넷플릭스]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삼체’.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각색과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 넷플릭스]

“회신하지 마라. 회신하면 우리가 갈 것이다. 너희 세계를 점령할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미지의 외계로부터 받은 답신은 “평화주의자인 내가 이 메시지를 먼저 발견한 것은 너희 문명에 행운”이라는 말과 함께였다. 얼어붙은 채 메시지를 응시하던 과학자는 결연하게 회신을 적었다. “와라, 우리 문명은 이미 자구력을 잃었다. 이 세계를 점령하도록 내가 돕겠다.”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삼체’(3 Body Problem)는 1960년대 중국의 한 젊은 여성 과학자가 내린 운명적 결정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SF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 아시아 첫 수상자(2015년)인 중국 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지구의 과거』 3부작(2007~2010년 출간)이 원작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기간, 천체물리학 신동 예원제(로절린드 차오)는 스승인 아버지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공개처단되는 걸 목격한다. 이어 연좌제로 인해 갖은 노역을 겪던 그는 정부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과학기지에 들어간다. 외계로 메시지를 발신하는 기약 없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그가 보낸 회신은 60년 뒤 지구에 큰 파문을 몰고 온다.

전 세계에서 900만부 넘게 팔린 원작 소설은 HBO 판타지 시리즈 ‘왕좌의 게임’ 제작진인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의 각색을 거쳐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2019년 시즌 8로 ‘왕좌의 게임’을 끝낸 이들이 ‘삼체’로 다시 뭉쳤다.

원작의 등장인물은 모두 중국인이지만, 시리즈에선 다양한 인종과 출신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감독 4명이 회차 별로 연출했는데, 문화대혁명이 배경인 1, 2회는 홍콩 출신 캐나다 유학파 감독인 증국상이 연출했다. 그는 ‘소년시절의 너’(2019),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등을 연출하며 주로 중국 영화계에서 활동했다.

핵심 캐릭터는 옥스퍼드대 출신 과학자 5명, 일명 ‘옥스퍼드 5인방’이다. 원작과 별개로 시리즈를 위해 만든 캐릭터다. 이들은 현재 시점에서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문제와 직면한다. 누군가는 400년 뒤 지구에 도착할 외계인에 맞설 전략을 적극적으로 짜고, 누군가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소중한 친구와 함께 현재를 보낸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은 시리즈 공개 전날 열린 스크리닝 행사에서 “사람 사이 관계와 인간적 면모가 돋보이는 시리즈”라고 평했다.

과거와 현재, 가상현실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영국 외에도 스페인 바다호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등지에서 9개월간 촬영했다. 나노섬유로 거대한 선박을 산산조각내거나, 한 인물의 시선에서만 카운트다운 화면이 보이는 장면 등 독특한 설정이 몰입감을 높인다. 현실과 교차하는 가상현실 장면 연출도 볼거리다. 극 중 외계인들은 태양이 3개인 행성에서 사는데, 그들은 인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활용한다. 제작진은 LED 무대 세트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는 등 미술에 공을 들였다.

‘삼체’는 공개 이틀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TV 시리즈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에 올랐다. 이번에 공개한 시즌1은 외계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들과 맞닥뜨릴 준비를 하는 인류의 모습을 담았다. 3부작인 원작소설의 남은 내용은 후속 시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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