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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좋아도 장학금 못 받아"…인권위 "이란인 계좌 개설 거부는 비합리적 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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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적이란 이유만으로 계좌 개설을 거부한 새마을금고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부터 위험 국가 국적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금융 거래를 거절해선 안된다고 권고받았다. 연합뉴스

이란 국적이란 이유만으로 계좌 개설을 거부한 새마을금고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부터 위험 국가 국적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금융 거래를 거절해선 안된다고 권고받았다. 연합뉴스

이란 국적이란 이유로 은행 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란인 A씨는 2022년 8월 새마을금고 한 지점을 방문해 본인 명의 계좌 개설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국적이 이란이라는 이유였다. A씨 남편은 "명확한 법령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씨 남편은 “한국에선 공공기관 온라인 서류 발급 등 금융기관과 연계해 신용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타고난 국적을 이유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새마을금고 측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의 업무규정상 위험 국가 국적자에게는 신규 계좌 개설을 원칙적으로 거절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은 “해당 업무규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정한 위험국가의 고객에 대해 금융기관이 신규 계좌개설을 거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FATF가 지정한 위험국가 국적자에 대해 거래를 거절하거나, 또는 고위 경영진의 승인을 얻는 등 필요한 조치를 거쳐 금융거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2011년 FATF가 지정한 고위험국가 목록에 올랐다.

인권위는 “계좌 개설을 못하면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지나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위험 국가 국적자란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거절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또 새마을금고가 각 지점에 고객의 개별 신용도와 안전성 등을 확인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에도 금융기관이 확인을 거쳐 금융 거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자금세탁 방지 업무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용역 이용과 관련해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인을 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용역 이용과 관련해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인을 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뉴스1

A씨처럼 국내 거주 이란인 상당수가 계좌 개설 거부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8년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에 나서면서 상당수 금융기관이 계좌 개설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이란 국적자는 약 2100명에 달한다.

박씨마 재한이란인네트워크 목사는 “결혼 이민이나 어학연수 등 어떤 비자를 갖고 있어도 이란 국적이라면 계좌를 못 만들어 일상생활에 여러 불편을 겪는 실정”이라며 “성적이 우수해도 대학에서 장학금을 못 받고 있는 유학생, 월급 받는 데 제한이 있는 근로자 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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